13일 오후 수성구 만촌동 한 대형마트 쌀 판매대. 이유호(37'대구시 동구 신천동) 씨가 이리저리 살피다 철원이 원산지인 쌀을 선택했다. 이 씨는 "경북 쌀 하면 선호하는 브랜드가 잘 떠오르지가 않는다"며 "이름도 비슷비슷하고 종류도 너무 많아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지 않고 가격이 저렴하거나 그때그때 눈에 띄는 쌀을 사 먹는다"고 말했다.
경상북도 지역에서 차별화를 내세운 쌀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인증이나 등록이 안 된 제품도 많아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특히 경북지역 주요 브랜드 쌀이 대구의 대형마트에도 제대로 진열돼 있지 않아 경쟁력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경상북도가 집계한 쌀 브랜드는 22개 시군(울릉도 제외) 258개에 달한다. 시군별로 보면 김천시가 40개로 가장 많고 의성군 33개, 예천군 29개, 상주시 25개, 구미시가 22개로 뒤를 이었다. 쌀 브랜드가 있는 22곳 중 10개 이상의 쌀 브랜드를 가진 데가 9곳이나 됐다.
이 가운데 농산물품질관리원의 인증이나 상표 및 의장등록을 받은 브랜드는 전체의 절반이 안 되는 117개에 불과해 차별화가 부족하다. 예천군은 29개 쌀 브랜드 중 5개(17.2%)만 인증, 등록됐으며 구미시 22개 중 4개(18.1%), 상주시 25개 중 7개(28%), 안동시 18개 중 6개(33.3%)만이 인증이나 등록이 됐다.
이는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대규모 도정공장(RPC)은 물론 개인 정미소까지 브랜드를 만들어 상표를 붙이면서 인증이나 등록에는 소홀하기 때문이다.
경북도는 2003년부터 매년 '우수 쌀 브랜드'을 선정해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이 많이 찾는 대형마트에서 구매하기는 쉽지 않다. 올해 경북도가 선정한 우수 브랜드는 ▷이사금(경주시) ▷물레방아 골드(김천시) ▷안동 양반쌀(안동시) ▷저온추정쌀(영주시) ▷명실상주쌀(상주시) ▷의로운쌀(의성군) 등 6개이다.
하지만 13일 현재 북구 A마트에선 경북도가 선정한 '우수 쌀 브랜드'를 찾아볼 수 없었고, 수성구 B마트에서도 '물레방아 골드' 1개를 제외하고 다른 브랜드는 없었다. 특히 '안동 양반쌀'은 지난해 6개 우수 브랜드 중 판매액도 가장 많고 유일하게 최근 3년간 경북도의 우수 쌀 브랜드로 선정됐는데도 대구지역 대다수 대형마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전북 부안, 충남 부여, 경기 이천, 강원 철원 등 산지의 쌀이 상당수 진열돼 있었다.
전문가들은 경북지역 쌀 브랜드를 통합 육성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유통경제팀 전창곤 연구위원은 "쌀 브랜드가 너무 많아 소비자들이 알 수 없고 충성도도 낮다"면서 "무작정 이름만 지어놓고 사후관리가 안 되는 것보다 통합을 통해 가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북대 김태균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브랜드 수를 줄여 소수 정예화해야 소비자들도 인지할 수 있다"며 "지역의 광역 브랜드로 통합해야 품질관리와 홍보 마케팅 등 체계적인 육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북도 김병국 식품유통과장은 "브랜드는 업계 자율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강제로 통합시킬 수는 없다"며 "시설 현대화나 홍보 지원 등을 통해 통합브랜드를 유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북도는 전국 쌀 생산량의 14%(59만t)를 차지하고 있으며 16개 시도 중 4위 규모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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