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후변화, 농수산업 위기? 기회?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가 농수산물 생육뿐 아니라 병해충 발생, 어종의 산란변화 등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 농도(農道)이자, 동해안에 접한 경상북도는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연구 및 예산부족 등으로 어려움이 많다.

◆2100년 경북에 배추와 사과가 사라진다

'사과는 지속적으로 북상하고, 배추는 사라지고, 생강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옮겨오고….'

옛날 사과 주산지였던 대구는 1982년 재배면적이 623㏊에서 30년이 지난 지금 157㏊로 75%가 준 반면 청송은 같은 기간 802㏊에서 2천479㏊로 210%나 늘었다. 안동지역의 경우 30여 년 전에 비해 재배면적이 무려 10배 이상 늘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사과 재배지가 평지에서 산간 고랭지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사과재배지가 계속 북상 중이다.

수년 전부터 충남 예산이 주산지였던 생강 재배가 안동에서 늘고 있는 등 생강 주산지가 안동'영주'예천 등 경북 북부지역으로 옮겨오고 있다.

농업과학원 등에 따르면 한반도는 지구온난화로 2050년에는 2℃, 2100년에는 4도가량 상승해 온대에서 아열대 지역으로 변화할 전망인데, 온도가 2도 상승시 사과(후지) 재배면적은 34%, 고랭지 배추 70%, 준고랭지 배추는 무려 90% 수준까지 감소한다. 2100년에는 전국 사과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경북에서 사과는 물론 배추도 구경할 수 없게 된다는 것.

생태계 교란으로 지역 과수농가에서는 꽃매미 알집 제거가 연례행사가 됐다. 경북에서는 2008년 영천에서 꽃매미가 처음 발생한 뒤 2009년 430㏊, 2010년 4천429㏊, 올해에는 2천㏊에서 발생됐다.

권종현(68'안동 길안면 천지리) 씨는 "길안사과는 평지 과수원에서 생산된 것도 품질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몇 년 사이에 고랭지와 평지사과 품질이 눈에 띄게 차이가 난다"며 "조만간 평지 과수원을 없애고 산간 과수원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동청과물도매시장 등에는 지역에서 가장 고산지인 북후면 신전리 학가산 자락 과수원에서 생산된 사과 품질이 최고 평가를 받고 있다.

◆명태'쥐취는 사라지고, 키조개'참조기가 나타나고

수산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1980년 9만6천t에 이르렀지만 지난해에는 동해안 연안에서 아예 자취를 감췄다. 1980년대 최대의 동해 연안어종이었던 쥐치도 22만9천t에서 지난해에는 3천t으로 급감했다.

울진군 연안에서 잡히던 킹크랩(왕게)과 명태 등은 20년 전부터 수가 줄어들어 이젠 거의 모습을 감췄다. 반면 남'서해안에서 주로 서식하는 키조개가 울진 앞바다에서 잡히는 등 동해안 어종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지난 2월 울진군 기성면 사동항 연안에서 남서해안에 주로 서식하는 참조기 1마리와 덕대(병어류) 2마리가 채집됐다.

참조기는 경주 월성에서 채집돼 1994년 한국수산학회에 '참조기의 동해 출현기록'이라는 논문으로 정식보고 된 적은 있지만, 대마난류의 영향을 적게 받는 울진해역에서 채집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동해수산연구소 김영대 박사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연근해 생태계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장단점 파악을 통해 수산물정책 수립과 미래 어자원 변화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는 위기이자, 기회!

동해안을 끼고 있는 경북은 기후변화 대응에 비상이 걸렸다.

경북도는 급격한 기후변화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산업이 농어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경북도는 ▷친환경 및 신재생에너지 재배면적 확대 ▷녹비'사료작물 재배 ▷ 바다숲 조성 ▷ 가축분뇨공동화시설 확대 ▷도시농업 활성화 온실감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온난화의 지속적인 진행에 따라 아열대 등 기후적응품종, 대체작목 및 내온성 어종 등 고소득 품목'품종을 개발'보급할 계획이다.

경북도 김종수 농업정책과장은 "농어업 비중이 높은 경북은 기후변화 대응이 선택이 아닌 필수과제"라면서 "국가차원에서 풀어야 할 과제도 있지만 실천과 효율성에 중점을 두고 지역에서 선도할 수 있는 부문은 앞장서 실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울진'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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