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지속성장기업의 조건

'20년 휴대폰 왕국, 무너지는 데 3년도 안 걸렸다'는 기사가 얼마 전 경제신문에 났습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세계 최대 휴대폰 메이커로서 한때 세계 시장의 40%를 차지해 '세계 최고의 혁신기업'으로 불리던 핀란드의 국민기업 노키아가 전체 직원의 5%에 달하는 7천여 명을 구조조정할 계획이며 시가총액도 1998년 이후 최저치인 249억달러로 애플의 13분의 1에 불과하다는 기사였습니다.

이렇듯 지금은 산업의 변화속도가 너무나도 빨라서 경영계 최고의 화두는 '어떻게 하면 살아남아 장수기업이 될 것인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2010년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수명은 23.8세이며 1984년 초판 발행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초우량 기업의 조건'에 소개된 46개 기업 중에 지금까지 생존한 기업은 고작 6개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1965년 국내 100대 기업 중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는 기업은 단 12개뿐이며, 100년 이상 된 기업은 두산과 동화약품공업, 우리은행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장수기업의 특성은 무엇일까요? 세계적인 명품시계를 만드는 스위스 '피아제'와 유럽 최고의 지식경영기업 '지멘스'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1874년에 설립된 피아제는 종래의 '태엽시계'를 '배터리 시계'로 전환해 시계산업의 트렌드를 바꿀 정도로 혁신적인 기업문화와 현장 중심의 철저한 장인정신을 가지고 있으며 두께 2.3㎜로 세계에서 가장 얇은 시계를 만들어 내는 신기술로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유지했습니다.

또 전자산업을 선도하는 지멘스는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끊임없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혁신과 방대한 학습조직 운영으로 장수기업에서 '영혼이 있는 기업'(saving the corporate soul)으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100년 이상 지속되는 장수기업은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해 학습과 기술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새로운 지식의 창출과 획득을 위한 방향을 제시해 학습을 증진시키고, 타성에 젖지 않고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며, 기업의 핵심가치에 기반한 핵심역량을 유지하고, 강한 일체성과 응집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직원교육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한 기술개발로 장수기업의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경영의 구루(Guru'자아를 터득한 신성한 교육자를 지칭) 피터 드러커 교수는 "21세기에 지식이 없는 조직은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하며, 지식이 모든 경쟁우위의 원천이 되는 지식기반의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고 말했습니다.

지식경영을 통해 IMF 외환위기 이후 부도 직전에 몰렸다가 화려하게 회생한 기업이 바로 이랜드 그룹입니다. 이랜드의 지식경영은 단순히 지식의 공유와 확산보다는 '그래서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가?'에 집중했으며 철저하게 재무성과와 연결시켰습니다.

이랜드 지식경영의 유명한 사례 중 하나는 구웠을 때 가장 좋은 맛을 내는 삼겹살 두께를 찾기 위해 정육코너 직원이 30번 이상 시식테스트를 한 것입니다. 테스트 결과 고기를 지금보다 3㎜ 두껍게 썰면 육즙과 향, 부드러움이 가장 좋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를 사내 인트라넷 지식몰에 등록해 전 사원이 공유함으로써 63%의 매출액 증가뿐 아니라 삼겹살을 절단할 때 밑부분이 부스러져 버려지는 고기의 양도 4% 감소했다고 합니다.

지식기반의 사회, 지식경영의 시대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장수기업들이 주는 교훈은 '학습의 중요성'과 '공유의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즉, 인적자원개발 차원에서 학습을 미래의 자본으로 생각하고 조직적 차원에서의 지식뿐 아니라 개개인의 지식을 체계적으로 발굴해 기업 내부에 축적'공유하고 활용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지식경영을 위한 학습조직에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저는 두 가지를 말하고 싶습니다.

첫째, 먼저 직원들의 마음가짐입니다. 성공적인 학습조직의 조직원은 자율적으로 문제를 발견하고, 스스로 정보를 수집'분석해 해결 목표를 이뤄나가는 자기 주도적인 학습능력과 이를 위한 혁신적인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둘째, 지식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입니다. 지식정보공유 시스템의 구축은 비싼 장비 도입을 통한 지식관리 시스템 구축이 아니라, 조직 내 구성원들의 지식정보와 역량을 정확하게 기록한 데이터베이스(DB)의 구축이 핵심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21세기 지식기반 사회로의 이동은 지식과 정보의 활용과 적용에 따라 개인과 조직 그리고 기업의 가치가 달라지는 시대입니다. 이제 우리 기업들은 새로운 경영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는 지식경영을 통한 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하루빨리 학습조직을 통해 공유의 조직문화를 구축해 나가야 합니다.

이충곤 에스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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