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하루에 거짓말을 몇 번 정도 할까. 올 들어 호주에서 발표된 한 여론조사를 보니 호주인들은 하루에 세 번쯤은 거짓말을 하며 산다고 한다. 거짓말의 대상은 연인이나 배우자가 가장 많았고, 친구와 직장 동료가 그 다음 순이었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여론조사가 있었는데 색다른 점은 남녀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남자는 하루 6번 거짓말을 하는 반면 여자는 하루 3번이 평균이었다. 남성이 2배나 많은 거짓말을 한다는 게 의아하기도 했고, 소위 신사의 나라라고 하면서 다소 의외의 결과이기도 했다.
물론 거짓말이라고 다 같은 거짓말은 아니다. 거짓말에도 종류가 있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의의 거짓말을 가리켜 일명 'white lie'(하얀 거짓말)라고 한다. 덕담이나 격려의 용도로 종종 쓰이는데, 대개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기분 좋게 속는 시늉을 한다. 한편으론 그냥 그러려니 하며 듣는 거짓말도 있다.
나이 지긋하신 노인들의 '얼른 죽어야지'하는 거짓말, 노처녀가 '시집 안 간다'고 하는 거짓말과 장사치의 '밑지고 판다'는 거짓말은 소위 3대 거짓말로 통한다.
지난 국회에서는 장관 후보자 5명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어김없이 후보자들의 거짓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쌀 직불금 부당 수령 문제로 집중 포격을 받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는 해명 과정에서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또 다른 장관 후보는 아들이 타고 다니는 고급 스포츠카의 실소유주를 놓고 거짓말이냐 아니냐 공방이 오갔고, 또 다른 후보는 기부금 의혹이 불거지면서 역시나 거짓 해명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가장 나쁜 거짓말 중 하나가 바로 사회 지도층의 거짓말이다. 이러다 정치인들의 '아니면 말고'식의 거짓말이 소위 4대 거짓말로 통하는 날이 오지는 않을까 염려스러울 지경이다.
거짓말로 인해 청문회에서 뼈아픈 낙마를 경험한 사람을 꼽으라면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현 김해을 국회의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40대 국무총리 탄생을 목전에 두고서 덜컥 발목이 잡힌 것은 바로 일면식도 없다던 문제의 인사와 나란히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거짓말이 탄로났기 때문이다.
자숙의 시간을 거쳐 다행히 그는 얼마 전 재보선에서 기사회생했지만 거짓말로 치른 대가는 실로 컸다. 성희롱 발언으로 당에서 제명당한 강용석 의원도 예외일 수 없다. 문제가 된 언행보다는 해명 과정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게 치명타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의 정치 풍토가 거짓말에 엄격한지는 의문이다. 혹여 어쩌다가 이들 정치인이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는 생각이 든다면 우리 정치 풍토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해 볼 일이다. 별주부전에서 토끼는 "간을 떼어 청산녹수 맑은 샘에 씻어 감추어 놓고 왔다"고 거짓말을 해 위기를 모면한다. 정치가 국민에게 믿음을 얻기 위해서는 이런 토끼 같은 정치인들이 우리 정치무대에서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 어떻게든 위기를 모면하려고 일단 거짓말부터 하고 보는 사람, 일명 카더라식 의혹 제기, 아니면 말고 식의 식언과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은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 심지어 거짓말이 일종의 정치력인 양 포장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민의 이름으로 이런 지도자들은 반드시 퇴출되어야 마땅하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농담으로라도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일렀다. "꿈속에서라도 성실을 잃었거든 뼈저리게 뉘우치고, 죽더라도 거짓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의미심장한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거짓말의 유혹은 달콤해 금세 중독된다. 거짓의 씨앗이 떨어지면 불신의 싹이 트는 건 시간문제다. 이제부터라도 정치권이 불신의 벽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지도층 스스로가 달라져야 하며, 아울러 그들의 거짓말에 관대했던 국민들도 달라져야 한다. 도산 안창호 같은 지도자는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최중근(탑정형외과연합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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