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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리의 시와 함께] 구름에 달 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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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에 달 가듯이---유홍준

저녁 일곱시 반엔 모두들 약을 먹어요 환자복을 입은 백명의 환자들이…… 약이, 없는 자는 없어요 약을 먹지 않아도 되는 자는 없어요 폐쇄병동 밖 캄캄한 밤하늘은 밤새 노란 달이라는 알약 한 알이면 족해요 그러나 우리는 한 움큼을 먹어야 해요 하늘보다 더 많이 먹고 별들보다 더 많이 먹어야 해요 우리들의 목구멍을 넘어간 알약들은 밤새 구름에 달 가듯이 갈 거예요 차갑고 축축한 은하수를 지나 어둡고 칙칙한 내장을 지나 쓸쓸하고 비참한 복도를 지나 부르르부르르 어깻죽지를 떨며

 우리들의 알약은

 구름에 달 가듯이, 구름에 달……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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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께서 정신병동으로 환자를 돌보러 갔다 들었을 때, 시를 찾아간 걸 직감했지요. 온몸의 수고를 통하지 않고는, 지긋지긋한 관계의 막울음을 통하지 않고는, 거짓부렁의 시 한 줄도 쓰지 못하는 시인의 '문디' 근성을 믿었지요. 아 예상대로 그는 그곳에서도 인기 짱!이라니, 팔뚝의 힘을 얼마나 썼으면 그럴까요.

그러나 어찌 그곳만 병동이겠어요? 이상해요. 네온사인 아름다운 도시 곳곳에서 전 국민이 약을 먹어요. 약 먹는 시대를 살아요. "약 먹지 않아도 되는 자는 없어요" 꽃잎처럼 낙화하는 아름다운 젊은이들, 몰래 주사하는 익명의 밤들, 버린 태아들, 집나간 노숙들, 아픈 곳이 너무 많아요.

나도 약 먹지 않으면 불안해요. 필통에 넣어가서 먹던 사리돈을 시작으로 시메티딘, 로페린, 자세틴……. 나중엔 왜 먹는지도 잊어버려요. 그저 불안을 먹는 거지요. 목구멍을 넘어 간 알약들은 창자 속을 지나 "구름에 달 가듯이, 구름에 달……가듯이" 흘러가겠지만, 흘러가겠지만. 저 부디 내 수명을 연장하진 말아주세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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