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의료광고

전국지인 조간신문에 커다란 광고가 실렸다. 그것도 1면 하단에 팔짱 낀 의사의 사진과 함께 '어깨통증 포기하지 마세요! 대한민국에는 ○○신경외과가 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오십견 증상' 'FIMS를 이용한 오십견 치료란?'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있다.

대한신경외과는 1961년에 창설됐다. 창설 주역들이 학회를 이끌 때에는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이나 의학정보를 언론이나 영상매체에 제공하는 것을 엄격히 규제했다. 그분들은 대학에서 교육하는 교수가 자신을 알리기 위하여 혹은 환자를 유치할 의도가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은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고 터부시했다. 그분들은 연구한 것이나 신기술은 오직 학회에서 발표하고 열띤 토의를 거처 검증받는 것이 원칙이라는 생각을 견지했다.

학회의 금지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의 의료 정보에 대한 갈증과 언론의 필요성 때문에 일부 교수들이 언론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치료법이나 의학지식을 제공했다. 학회에서는 이들을 윤리위원회에서 제소하여 제재하려고 했지만 용이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교수들은 언론매체에 출연하는 것을 금기시했고 자제했다. 아울러 병원들은 의료법 규정 때문에 광고를 할 수가 없었다.

2005년 의료 광고를 규제하는 의료법 규정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의료 정보를 얻고자 하는 일반 대중의 욕구와 광고시장의 확대를 원하는 언론의 필요성이 맞아떨어져 신문, 영상매체, 지하철, 택시, 거리의 전광판까지 병원의 광고로 뒤덮였다. 그렇다면 이것뿐인가? 각 대학병원, 종합병원, 개인병원들은 홍보과나 홍보 담당자를 두어 홈페이지나 책자를 발행하여 병원을 홍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홍보들이 진정성이 있는가?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다. 학교나 회사의 명성, 광고물의 과장성 등이 진실에 덧칠해진 것으로 생각한다. 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할 때 수술 장면을 2, 3분만 보여주고 수술 전'후 X-ray 사진 몇 장만 보여주면 금방 발표자의 수술 실력을 정확하게 가늠할 수가 있다. 정교하게 뇌를 건드리고, 현란한 손놀림으로 병변을 박리(剝離)하고, 자르고, 꿰매는 모습을 보면 수술자의 실력을 금방 아는 것이다.

의학 정보를 일반인에게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필요한 일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러한 정보들이 화장하지 않은 맨 얼굴의 모습이어야 한다. 화장하고 값비싼 옷을 입고 그것도 안 되어 성형까지 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모습이 아니다. 홍보로 덧칠된 정보는 허상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가 아니라 '눈먼 자들의 나라'가 되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언론에 노출을 자제하고 그러한 행위를 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했던 선배 스승님들을 존경한다.

임만빈 계명대 동산의료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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