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리 붕괴는 4대강 사업과 무관, 홍보 해 달라"

靑 "전화한 적 없어…수사의뢰 하겠다" 칠곡군 관계자와 통화, 靑

칠곡군 왜관읍 낙동강사업 구간에서 '호국의 다리'(구 왜관철교) 붕괴사고가 일어나자, 정부 해당부처와 시공사는 물론 청와대가 일제히 '4대강 사업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고 있다.

칠곡군 관계자는 "25일 오전 호국의 다리 붕괴 사고 직후 청와대 한 고위인사가 전화를 걸어와 '이번 호국의 다리 붕괴사고가 4대강 사업과 상관없이 노후교량과 폭우 영향 때문인 것으로 언론 등에 홍보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칠곡군 관계자는 "낙동강사업에 따른 준설로 유속이 빨라지면서 노후교량의 교각이 무너진 것인데, 이런 전화를 받아서 난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칠곡군이나 경북도에 전화한 적이 없다. 누가 내 전화를 받았다는 것인지 담당자를 알려달라. 경찰에 수사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발주처인 국토해양부 부산국토관리청과 시공사인 대우건설 측은 사고 당일 오후 1시 칠곡군 기산면 칠곡보(24공구) 건설현장 사무소에서 가진 기자브리핑 자리에서 "4대강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고 자연발생적인 사고"라고 단정했다.

이날 설명에 나선 부산국토관리청과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난 1905년 가설된 호국의 다리는 건설된 지 100년이 넘은 교량이다. 이번 붕괴사고는 4대강 사업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물이 빠지면 조사에 나서겠다"며 밝혔다.

특히 "호국의 다리가 등록문화재인데 교각 보호공사를 하면서 문화재청과 아무런 협의가 없었고, 특히 2번 교각의 경우 지반이 매우 침식돼 있었는데 왜 보호공사에서 누락시켰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문화재에 대한 원형변경이 아니라 신고 같은 것을 안 했다. 보호공사를 하지 않은 것은 준설라인에서 빠졌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부산국토관리청은 사고 원인과 관련해 이날 오전 10시쯤 '수위상승으로 인해 유속이 빨라져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가 이날 오후 4시쯤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시설물 노후로 인한 유실로 추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4대강사업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는 26일 "호국의 다리 붕괴와 직접 책임이 있는 4대강사업추진본부장, 부산국토관리청장과 하천국장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즉각 물러나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야당 등 정치권에서도 호국의 다리 붕괴와 관련해 일제히 4대강 사업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26일 긴급 최고위원회 회의를 통해 "4대강 토목공사로 인한 대재앙의 우려가 현실화 하고 있다"며 "100년 간 끄떡없던 등록문화재가 4대강 토목공사로 붕괴한 것은 대규모 준설로 유량이 많아지고, 유속이 빨라졌기 때문이다. 속도전식 밀어붙이기 4대강 공사 때문에 이런 재앙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 변웅전 대표도 성명을 통해 "문화재청 등록문화재인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우리 '호국의 다리'가 성급한 4대강 준설공사로 인해 무너져 내렸다.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을 준설해 유속이 빨라졌음에도 이를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칠곡'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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