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0일 저녁 대구시내 동서아트홀에서는 여름방학을 맞아 잠시 귀국한 차혜련(미국 보스턴 음대 박사과정, 계명쇼팽음악원 출신)의 바이올린 독주회가 열렸다. 비록 규모가 작은 음악홀의 연주였지만 근래 보기 드물게 연주자와 청중 모두 진지하게 교감할 수 있었던 돋보인 연주회였다.
우선 연주회 분위기는 마치 음악대학원 연구수업 같은 성격이 짙었다고 말해야겠다. 왜냐하면 곡목 선정부터 보면 바로크에서 메시앙의 종교적 음악, 현대 미국 작곡가 레퍼티, 카터와 지역 출신 이호원의 실험적 작품까지 다양하게 올려져 무언가 학구적인 분위기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첫 곡인 비니옙스키의 '전설, 작품 17'은 연주 시작 첫마디부터 안정된 부드럽고 풍성한 톤으로 자신의 바이올린 색채가 살아나 곡 자체가 가진 신비함과 더불어 청중들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이어 연주된 이호원의 작품은 가야금 소리에서 얻어진 듯한 낙차가 큰 피치카토와 바이올린 고유의 날카로운 색채를 잘 살려 기분좋게 해석하였다.
대구에서 초연된 미국 작곡가들의 작품은 난해한 곡들로서 현이 낼 수 있는 무채색의 음악, 악보 밖의 음악으로 현이 감당할 수 있는 극한 상황을 연출하였는데, 보잉의 극단적인 속도와 현과의 마찰음이 빚어내는 불협화음 등은 기존 음악 속에 있는 서정적인 요소를 완전히 제거하려는 작곡자의 의도를 충실히 소화하려는 듯 보였다. 작곡가는 좋은 연주자를 만나야 빛나는 법이다.
프랑스 현대 작곡가인 메시앙의 작품은 그가 처했던 비참한 나치 포로수용소를 떠올려 주려는 듯 암울한 표정을 떠오르게 하였다. 그러나 이날 연주의 백미는 무엇보다 바흐의 파르티타 2번이었다. 아시다시피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는 구조가 소나무 앞판과 단풍나무 뒷판으로 만들어진 무생물의 공명통일진대, 연주자는 자기의 체온과 감정을 완전히 전달하여 때로는 흐느끼는 듯, 크고 작은 울림과 온갖 새소리의 지저귐으로 표현하여 바이올린 악기에 뜨거운 피가 돌게 하였는데 아직 배움의 도상에 있는 연주자이지만 최상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앙코르곡으로 들려준 찬송가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은 그가 오랜 유학 생활 속 겪는 어려움을 신앙으로 늘 극복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였는데, 아직은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지만 계속 정진하여 또 한 사람의 훌륭한 여류 바이올리니스트가 탄생할 예감을 주는 연주였다. 연주가 끝나고 음악에 취한 듯 청중들의 얼굴이 모두 상기된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윤성도 교수<계명대 동산병원 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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