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주유소야 마트야!'
대구 수성구 만촌동의 한국광유 직영 SK주유소는 얼마 전부터 '마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합니다'란 커다란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고객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 고유 업종인 기름뿐 아니라 음료수와 라면, 화장지 등 생필품을 팔고 있는 것. 가격 또한 저렴하다. 초코파이 12개 들이가 2천300원으로 대형마트보다 200원 이상 싸고 음료수도 3개에 천원, 2ℓ생수 6개는 5천원에 살 수 있다. 주유소 관계자는 "특히 여름이라 음료수나 물을 사가는 손님들이 많다"며 "물건을 팔아 마진을 남긴다기보다는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말했다.
생존 경쟁에 내몰린 주유소들이 경쟁적으로 '변신'에 나서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증가하는 '셀프 주유소'. 3년 전 1곳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21곳으로 늘었으며 셀프 주유소 전환을 계획하는 곳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기름값이 일반 주유소에 비해 ℓ당 평균 20원 정도 저렴해 손님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성구에서 셀프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는"처음에는 낯설어 하는 손님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셀프 주유를 하는 고객들이 많아졌고 기름값이 저렴해 매출도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보다는 '서비스'로 승부를 거는 주유소도 많다.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간단한 세차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아이스커피나 음료수, 신문을 제공하는 곳도 늘고 있다. 박선규(34) 씨는 "마침 기름 넣을 때도 됐고 시원한 아이스티를 준다는 플래카드를 보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주유소들의 이 같은 변신은 업소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카드수수료 부담이 증가하는 등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름값이 오르면 주유소의 이익으로 이어질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업계에 따르면 주유소의 마진은 기름값의 5%정도인데 그나마 1.5%는 카드수수료이기 때문에 실질 마진은 3.5% 수준이다. 따라서 기름값이 오를수록 수수료 부담도 늘어나게 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보통 휘발유의 정유사 판매가격은 지난해 9월 ℓ당 1천579.57원에서 매월 급격하게 올라 올 3월에는 1천827.83원까지 상승했다. 6개월 만에 ℓ당 247.78원이나 오른 것.
대구주유소협회 도명화 사무국장은"기름값이 오르면 자금 부담은 물론 수수료 부담이 늘어나 생존이 더욱 어렵게 된다"며 "지난해 3개 업소가 도산을 했고 나머지 업소들은 살아남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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