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걱정말고 시장 오세요.'
지난달 29일 오후 4시 대구 달서구 송현주공시장. 장맛비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시장 안은 여느 때와 다른 것이 없었다.
지난해 9월 시장 현대화 공사를 통해 지붕을 덮는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바닥과 간판 정비를 마쳐 비가 오더라도 장보는데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예전에는 비가 오면 손님 발길이 뚝 끊어졌지만 이제는 비가 와도 걱정없고 바닥도 철퍽거리지 않아 '비 걱정'에서 해방됐다"고 말했다. 또 가게마다 입구에 가격표와 원산지 표시를 붙이고 진열대를 깔끔하게 꾸미고 있어 고객들이 '맛깔 나는'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이영현(32'여) 씨는 "근처에 대형마트가 있지만 자주 이곳에서 장을 본다"며 "마트만큼 깨끗하고 저렴해서 찾게 된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의 진화가 이어지고 있다.
복잡하고 덥고 춥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가격 싸고 볼거리가 있는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시장에 문화 공연까지
전통시장 변신 노력 중 하나는 '야간 쇼핑=대형마트'란 공식을 깨기 위한 야시장 개장.
봉덕시장의 경우 오후 8시쯤이면 대다수 가게들이 문을 닫았지만 요즘은 10시까지 손님을 기다리는 업소들이 늘고 있다. 고객 유치를 위해 업소들이 자발적으로 '야시장 개장'에 나서고 있는 것.
대표 전통시장 중 하나인 서문시장도 세계육상대회를 앞두고 야시장 개장을 계획중이다.
이미 야시장을 위한 LED 조명등 설치 공사를 마쳤으며 8월 초 3일간의 단체 휴가 기간 중 상가 외벽 도색 및 냉방 시설 교체 등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후 영업 시간을 늘릴 예정이다.
중구청 권영학 경제과장은 "가드레일, 아케이드 전등 등 외적 인프라는 물론 모든 점포들이 동참해 영업 시간을 2~3시간 연장해 밤 9시까지 시장을 운영키로 했다"며 "야시장은 서문시장 특징을 살린 먹을거리와 잡화 위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전유물이던 '세일행사'나 '문화행사'도 등장했다.
관문시장에서는 매월 둘째주 목요일에 특가판매행사를 연다. 올 4월에 시작된 이 행사는 라면 한 상자, 간고등어 2손, 영광굴비 1두름을 모두 1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정수용 관문시장 상인연합회 부회장은 "홍보물 1만 장을 뿌리고 있어서 많은 손님들이 찾는다"며 "특가판매 물품을 사러온 손님이 시장에 들른 김에 장을 봐가기 때문에 앞으로 단골손님을 만드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문시장은 현금인출기와 쉼터, 어린이 놀이방을 설치해 고객들이 편리하게 시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5일장인 불로 전통시장은 문화공연장을 만들고 있다. 7월에 완공예정인 공연장에서는 전통문화한마당, 장터극장 등 시장분위기를 살린 12개의 공연을 올 연말까지 39회 진행할 예정이다.
또 봉덕신시장은 대구시의 축제와 연계한 시장 투어프로그램을 만들어 타지역 고객 유치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형마트 겁나지 않아요
전통시장 상인들의 교육 열기도 뜨겁다.
남구의 대명시장과 달서구의 달서시장, 대동시장, 와룡시장, 서남신시장 그리고 북구의 칠성시장, 능금시장 등에는 상인대학이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는 전문가들을 초빙해 마케팅 방법이나 친절교육, 디스플레이 방법 등을 교육해 시장 상인들의 경영 현대화를 돕고 있다.
대명시장 관계자는 "상인회 임원들이 앞장서서 상인들의 의식 개혁과 교육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며 "임원들은 번갈아가며 전통시장 활성화 세미나, 심포지엄, 토론회 등에 꼬박꼬박 참가한다"고 말했다.
상인연합회 관계자들은 "상인대학이 개설된 시장들은 간판이 정비되고 상가 통로가 밝아지는 것은 물론 고객들과 정답게 흥정을 벌이는 소리로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전통시장의 이 같은 노력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달서구 죽전동 서남신시장.
서남신시장은 주변에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등 5개의 대형마트로 둘러싸여 있으며 모두 1.5㎞ 이내에 입점해 있다. 하지만 서남신시장 140개 점포들은 전혀 기가 죽지 않는다. 점포당 평균 규모는 33㎡(10평)로 2010년 월 평균 1천500만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이는 2009년에 비해 11% 늘어난 것이다.
상인들은 "매출 증가에는 아케이드와 고객지원센터 설치, 쇼핑카트 구비 등 쾌적한 쇼핑 환경이 뒷받침되고 있다"며 "시장내 마련된 편의시설에는 누구나 들러 휴게실에서 차를 마실 수 있고 책도 빌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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