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영재의 행복칼럼] 사대주의

사대주의

몇 년 전 중국서 수입한 조기 배 속에 납덩이가 들어있었다. 그 무렵 꽃게에도 납덩이가 들어있었다. 중국 사람들은 한국에서는 해산물을 인삼처럼 납덩이도 같이 고아 먹는다고 생각해서 덤으로 주는 걸까? 검은 참깨를 샀는데 나중에 색깔이 바래 흰 참깨로 변했다. 가짜 계란, 짝퉁 시계 등도 마찬가지다. 하여간 중국 제품들은 너무나 기발한 엉터리들이어서 미처 화내기 전에 신기하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몇 년 전 미국에서 싸고 깨끗한 소고기를 사온다는 소문을 듣고 나는 기뻤다. 그런 좋은 고기를 싼 값에 먹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해 못할 일이 생겼다. 미국 소고기 먹으면 광우병 걸려 죽는다는 소문이 났다. 방송국에서도 열심히 선동을 했다. 이윽고 밤마다 촛불을 든 사람들이 몰려나와 온 나라를 뒤집어엎을 듯 난리를 쳤다.

미국 소고기가 수입도 되기 전인데도 이렇다면 만약에 광우병균이 있는 소고기를 실제로 사왔다면 대한민국의 밤은 어떻게 변했을까? 왜 중국의 엉터리 상품에는 조용하고 미국의 상품에는 난리굿을 하는 것일까?

일본이 35년간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삼아 온갖 만행을 저지르다 물러갔다. 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나라의 체면을 온통 흙칠해주고 사라졌다. 일본의 한국 괴롭히기는 근세 와서 처음이 아니라 고대로부터 우리를 괴롭혀 왔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신라 문무왕은 죽어 용이 되어 일본을 무찌르겠다고 맹세까지 하였을까. 그러나 사실 한국 괴롭히기는 일본보다 중국이 한 수 위였다. 당나라는 고구려를 못 잡아먹어 그렇게 야단을 떨었고 원나라는 고려를 아예 통째로 먹어치우고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을 망가뜨렸다. 조선시대는 청나라가 쳐들어 와서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고 왕자를 무슨 범인처럼 체포해 제 나라의 볼모로 데려갔다.

우리 국민들은 일본에게는 아직까지도 사과하라, 반성하라며 입에 거품을 물고 덤벼든다. 그러나 중국에게는 한 번도 그런 말 하는 소리를 들어 본 일이 없다. 뻔뻔스런 중국은 아직도 서해 바다에 쳐들어 와서 불법 어획을 하고 단속하는 우리 해경을 두들겨 패주고 유유히 살아진다. 그래도 시민단체나 정부 등 아무도 끽소리를 못한다. 한 수 더 떠서 우리를 그렇게 못살게 했던 원나라의 후예인 몽골은 형제의 나라라면서 깍듯한 우애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중국과 미국에는 서로 다른 잣대로 대하고 있다. 밑바닥에는 다 같은 사대주의의 물길이 흐르면서 미국 사대주의는 죽일 놈이고 중국 사대주의는 자연스런 우정이라고 생각하는 이상한 무리들이 참 많다. 나쁜 건 다 나쁜 건 데도 말이다.

권영재 미주병원 진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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