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은 우리나라 안에서도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고장으로 꼽힙니다. 억세고 무뚝뚝한 사투리를 쓰는 경상도 보리문둥이들의 고장. 선비정신 드높은 곳으로 칭송받기보다는 보수적, 폐쇄적이라는 단어와 함께 종종 '꼴통'이라는 단어로 묘사되지요. 인터넷 공간에서는 무슨 일만 있어도 '고담도시'(영화 배트멘에 등장하는 범죄 많은 악(惡)의 도시)라 불리며 이지메에 가까운 놀림을 당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런 부정적인 시선은 비단 외지인들뿐이 아닙니다. 수십 년을 대구경북에 발붙이고 살아온 우리 역시 스스로 똑같은 비난을 내뱉습니다. 그리고 결국 "뭘 해도 안 돼"라는 패배주의로 귀결되고 맙니다. 하지만 이곳은 우리가 발붙이고 살아가야 할 곳이자, 우리 아이들이 꿈을 키우며 자라나야 할 곳입니다. 그런 우리 '지역'에 대해 과연 우리 자신은 얼마나 관심을 보이고, 애정을 가지려 해봤을까요.
이제라도 우리가 가진 '장점'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시지 않으렵니까? 먼 곳만 바라보며 시니컬한 푸념만 내뱉던 습관을 접고, 우리 안에서 스스로 행복해지고 앞으로 전진해 나갈 수 있는 길을 찾아서 말입니다. 매일신문사는 활력 넘치는 지역사회를 위해 앞으로 대구사랑운동시민회의와 손잡고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하려고 합니다.
◆지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동네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어떤 상점들이 문을 열고 있고, 어떤 행사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동네에서 일어난 소소한 일들에 관심을 가져보신 적은요?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도시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흔히들 알고 있는 보수적이고 무더운 도시, 섬유패션의 도시, '컬러풀 대구'라는 도시 슬로건 외에 무엇을 더 알고 계신가요? 심지어는 8월 말 개최되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경기 날짜 정도는 알고 계십니까?
지방에 살다보니 '문화생활을 누릴 수가 없다', '교육여건이 떨어진다' 고 푸념은 하지만 이들 정보를 찾고, 또 더 나은 서비스를 요구하려는 노력은 해보셨습니까?
세상의 모든 소식이 서울'수도권에만 집중되는 요즘 세상에서 굳이 찾으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지역의 소식 따위는 묻혀 지나가게 마련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건 사고가 터지고, 이슈가 생겨나는 복잡다단한 세상 속에서 내가 사는 동네, 지역의 정보까지 챙기기란 너무 피곤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알고 누리는 만큼 더 풍요로워지는 법입니다. 교육'문화 서비스 역시 마찬가집니다. 이용자가 있어야 활성화되고 더욱 양질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게 마련이지만, 찾는 이 없이 외면만 받다 쓸쓸히 자취를 감추는 프로그램들도 상당수 입니다.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지요.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는 지역 경제 역시 마찬가지 논리가 적용됩니다. 1인당 지역 총생산량(GRDP) 18년 동안 16개 시'도 중 꼴찌, 근로자 임금 전국 최저 수준, 신차판매율 전국 최저 수준이라는 인구 250만 대도시가 갖기에는 부끄러운 경제 성적표 이면에는 지역 경제야 어떻게 되든 나만 편하면 된다는 식의 소비습관이 자리잡고 있지는 않았나요? 입으로는 지역경제 걱정을 하고 경기가 나아지질 않아 못살겠다는 한탄이 터져나오면서도 정작 쇼핑은 대형마트와 대기업 소유의 백화점에서 돈을 써대다보니 지역 경제는 날이 갈수록 악화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동네 가게에는 제품이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어 사기가 싫다"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동네 상점들은 더욱 고전을 면치 못하고, 결국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보니 자영업자가 몰락하고 대구의 경기는 더욱 가라앉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역의 연인이 되자
2003년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인구 6만7천의 도시 벨링햄에서는 "지역의 연인이 되자"는 캠페인을 전개했습니다. 자동차 범퍼에도, 도시의 가게들에서도, 광고 전단지나 신문 등에서도 "지역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의 것을 사고, 지역 사람이 되자!"는 구호를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지역인 소유 기업 연합체인 '지속가능한 연대'에서 주도한 활동이었습니다.
이들이 이렇게 '지역'을 내세운 데는 지역인 소유 업소에서 지불된 1달러가 대기업 체인에서 지불된 1달러보다 지역 경제활동에 세 배 이상 기여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지역 업소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 생기는 공동체적 유대감이나 공급체인을 단축시키는 데서 오는 환경혜택도 무시할 수 없지요.
이런 벨링햄의 사례를 본받아 매일신문사와 대구사랑시민운동회의에서는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한 "대구경북사랑프로젝트 지역의 연인이 되자" 캠페인을 진행해 보려 합니다. 무너질대로 무너진 지역 경제와 깊은 수렁에 빠진 지역민들의 패배주의와 냉소주의를 털어내고 우리 안에서 잘 살기 위한 조건들을 찾으려는 노력입니다. 밖으로만 향했던 관심을 우리 안으로 돌려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해보자는 출발점입니다.
대구YMCA 김경민 사무총장은 "지금까지는 정부가 던져주는 국책사업이나 대기업 유치에 목을 맸지만 이것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이제는 우리 내부로 눈을 돌려 스스로 기반을 만들고 활력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며, 이런 노력이 선행될 때 외지기업이나 사람들이 유입될 수 있는 발전가능성 있는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이를 위해서는 젊은 2030 세대의 관심이 절실합니다. 대구경북이 활력을 잃어가는 데는 사실 젊은층의 외지 유출이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대구경북 곳곳에 대학교가 산재해 있지만 변변한 일터가 없는데다 장기간 불황의 늪에 빠져있다보니 젊은층이 서울'수도권 등 외지로 떠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지역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것입니다. 대구에서만 지난 5년 사이 8만 명의 20, 30대 인구가 타지역으로 빠져나갈 정도입니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안재홍 사무국장은 "대구가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젊은층들에게 일거리와 놀거리를 제공하는 일부터 하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이들이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이라는 말은 결국 사람이 살기에 좋은 여건을 갖췄다는 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일자리, 놀거리 넘치는 지역을 위해
매일신문사와 대구사랑시민운동회의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지역의 활력찾기' 방안에 대해 고민할 예정입니다. 뿔뿔이 흩어졌던 소식을 모아 지역민들이 함께 누리고 향유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젊은층들이 함께할 수 있는 이벤트와 함께 일자리 창출 방안에 대해 고민하며,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애착'을 회복하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캠페인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될 예정입니다. 하나는 지역에 대한 애정을 회복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들을 제공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시민사회가 할 수 있는 작은 역할을 찾아보자는 차원입니다.
맨 먼저 지역에 살고 있는 이들과, 이곳을 떠난 이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볼 예정입니다. 지역에 대해 가진 이미지는 무엇이고, 왜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 지역사회가 어떤 비전을 제시해주기를 원하는지를 들어보다 보면 앞으로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 분명해지리라 생각합니다. 대구경북에 대해 볼거리, 먹을거리는 물론이고 역사와 전통에 대해 알아보는 기사를 통해 우리 스스로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고민하겠습니다. 그리고 8월 말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기점으로 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젝트도 기획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시민 여러분의 참여가 절실합니다. 매일신문사는 카페(cafe.naver.com/ilovedaegu2011)를 개설해 놓고 시민 여러분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적극 반영해보고자 합니다. 작은 목소리 하나 하나가 합쳐진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충분히 매력 넘치는 도시로 탈바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늘 먼 곳만 바라보고 살아왔던 우리. 이제는 가까운 곳으로 시선을 돌려야 할 때가 아닐까요? 행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내 이웃, 내 동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일궈낼 때 우리 사는 곳은 더욱 아름다운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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