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세기 동안 대구와 경북은 하나였다. 서로 힘을 합쳐 끈끈한 정과 투박한 의리로 뭉친 선조들은 언제나 역사의 중심에 서 있었다. 한국전쟁 이후 대구경북의 리더십과 피땀 어린 열정은 우리나라의 고도성장을 일궈냈다. 대구 섬유, 구미 전자, 포항 철강은 어느 지역도 넘볼 수 없는 보석 같은 자랑이었다.
그러나 지난 4반세기 대구와 경북은 서로 울타리를 만들었다. 1981년 대구가 직할시로 승격되면서 행정울타리가 쳐졌고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갈라서기가 진행됐다. 최근에는 적잖게 갈등하고 대립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선의의 경쟁이었다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터지고 있다. 원래 한 살림이었지만 현재 시'도의 행보는 거꾸로 가고 있다. 경쟁하다 집안에 있던 보석도 놓쳤다. 두 살림을 합치지 않으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게 됐다.
◆대구 따로, 경북 따로의 부작용=대구와 경북이 딴 주머니를 차면서 경제적 부작용이 컸다. 구미는 전자산업의 메카임에도 2006년 LG필립스의 7세대 라인을 경기 파주로 뺏겼다. 대구도시철도 2호선 경산 연장 문제에서도 폐단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시'도는 2005년 경산 연장에 합의했지만 오랫동안 소모전을 벌여 막대한 경제적 피해와 주민 불편이 있었다. 최근에는 SK 백신공장을 두고 대구와 경북이 서로 유치경쟁을 벌이다 양측의 감정이 상했다. 경북도청 이전 역시 대구와 경북을 더 멀어지게 할 수 있는 변수라고 일부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재훈 영남대 교수는 "대구의 경우 1인당 GRDP(지역내 총생산)가 1991년 이후 전국 꼴찌의 불명예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고, 경북은 수도권 규제완화에 따른 첨단산업기반의 수도권 집중으로 제조업 공동화의 잠재적 위기에 직면했다"며 "대구경북이 힘을 합쳐 새로운 미래 발전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간 경제통합 및 행정통합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 충청권은 행정도시와 과학벨트, 대덕밸리로 한 우산 아래 모이기 시작했다. 중국의 부상에 따라 서해안권은 수십조원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로 천지개벽을 이루고 있다. 부산, 울산, 경남은 '부울경'이라는 틀 아래 새 구상을 하고 있으며 광주전남에서도 통합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통합이 대세=바깥을 보자. 중국 베이징'톈진'허베이성은 불필요한 경쟁의 폐해를 절감하고 각각 첨단산업과 비즈니스, 첨단제조업, 지원산업 및 연관산업으로 역할분담을 하며 세계 최대의 단일 경제권 부상을 노리고 있다. 일본 나고야권도 나고야시를 중심으로 기후현, 미에현, 도우카이, 도요타시가 'GNI경제권'을 형성해 경제통합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창용 대구경북지역혁신협의회 공동의장은 "대구경북의 잠재력은 뛰어나지만 구심체가 없다. 양 지역의 역할 분담과 특화를 통한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시스템 마련이 없으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경제 및 학계 전문가들은 시'도의 발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IT산업벨트의 경우 구미-대구, 첨단제조업의 경우 대구-경산-영천-포항권, 바이오산업은 대구와 경북 북부권, 관광은 안동(유교)-경주(신라)-고령(대가야권)이 연계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홍철 지역균형발전위원장은 "앞으로는 한 도시경제권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인근 도시끼리 특성을 살린 결합을 통해 대도시권, 광역경제권을 형성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며 "사회적 통합과정을 거쳐 경제통합으로, 궁극적으로는 행정통합까지 완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춘수'김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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