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대구시 중구 A복합영화관. 흥행몰이 중인 3D 블록버스터 영화 관객들에게 직원들이 3D용 안경을 나눠주고 있었다. 관람객들이 받아든 3D 안경은 새것처럼 비닐 포장이 돼 있었지만 막상 꺼내보니 오염됐거나 흠집이 난 제품이 상당수였다. 앞선 관객들이 사용한 안경을 그대로 준 것이다. 영화가 끝나자 출구 앞에서 바구니를 든 직원이 안경을 수거했다.
이 영화의 관람료는 1만3천원. 관람료에는 2천원인 안경값도 포함돼 있다. 직장인 최진영(36'서구 비산동) 씨는 "분명히 안경값을 새로 냈는데도 재활용품을 주고, 다시 수거까지 하는 것은 관객들로부터 이중으로 돈을 받는 것"이라며 "가져가도 된다지만 3D 안경과 관련한 어떠한 안내도 받지 못했다"고 투덜댔다.
영화관들이 고가인 3D 영화 관람료에 3D 안경 비용을 포함시켰는데도 안경을 돌려주지 않거나 재활용하면서 관람객들의 원성이 높다. 일부 영화관에서는 신품과 재활용품을 뒤섞어 내놓기까지 하고 있다.
대구시내에서 3D 영화를 볼 수 있는 상영관은 롯데시네마와 CGV, 메가박스 등 유명 복합관 체인을 비롯해 10여 곳이 넘는다. 그러나 3D 안경을 영화표와 따로 판매하는 곳은 북구 씨너스와 수성구 시네마M 등 단 2곳뿐이었다. 씨너스는 관람료 1만2천원에 3D안경 1천원, 시네마M은 관람료 1만1천원에 3D안경을 2천원에 판매 중이다.
이처럼 3D 안경값이 제각각인 것은 재활용을 막거나 3D 안경을 별개로 팔도록 한 규정이 없고 업체가 자율로 정하도록 하기 때문. 영화관들은 "위생상으로 문제가 없고 그냥 관객이 가져가도 된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실제 영화관은 안경을 가져가도 된다는 안내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일부 영화관은 관객들이 3D 안경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형편이다.
한 복합영화관 관계자는 "3D안경을 수거해 재활용하면 최대 4회 정도 더 쓸 수 있다"며 "깨끗한 안경만 엄선해 충분히 세척한 뒤 제공하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관객들은 위생상으로도 좋지 않은데다 관객들에게 이중으로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며 불만이 많다.
직장인 김솔미(29'여'북구 산격동) 씨는 "똑같은 관람료를 내는데 누구는 새것을 쓰고, 누구는 남이 사용한 것을 쓰는 게 말이 되느냐"며 "위생과 피부에 민감한 여성들은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태훈(28'북구 복현동) 씨는 "3D 안경값을 따로 받거나 안경을 가져가면 관람료를 할인해 주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소비자연맹 대구지부 양순남 사무국장은 "3D안경을 관람료와 묶어 팔면서 '구입'이 아닌 '대여'로 인식하게 만드는 게 문제"라며 "영화표와 안경을 따로 판매해 선택권을 보장하고 영화관이 관객들에게 가져가도 된다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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