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비만과의 전쟁

1994년 작 할리우드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에는 조니 뎁,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 유명한 배우들과 함께 초고도 비만에 시달리는 어머니 역의 달린 케이츠라는 배우가 출연,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도 비만인 그녀는 영화 속에서 남편의 자살로 인한 충격과 슬픔을 먹는 것으로 달래다 225㎏으로 몸이 불어난다. 거동이 불편한 그녀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 집안에서만 지내다 죽음을 맞는다. 자식들은 거대한 그녀의 시신을 집 밖으로 꺼내는 것이 난감해진 상황에서 사랑하는 어머니가 놀림감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집을 불태우기로 결정한다.

2006년 560㎏의 몸무게로 세계 최고를 기록,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던 멕시코의 마누엘 우리베는 초고도 비만으로 생명에 위협을 느끼자 TV 프로그램에 출연, 도움을 호소했다. 그는 체중 감량에 어느 정도 성공해 2년 후 42세의 나이로 결혼까지 했지만 당시 체중 역시 326㎏이나 되었다. 725㎏으로 '비공인 세계 최고 체중' 기록을 지녔던 미국의 캐롤 야거라는 여성은 병원 치료를 거부하다 34세인 1994년에 갑자기 숨졌다. 기네스북이 공인한 사상 최고의 비만 기록 보유자는 1980년대 초 42세의 나이로 숨진 미국의 존 브로워 미노치로 그의 최고 체중은 635㎏이었다.

비만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고 정의를 내릴 정도로 심각한 문제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미셸 오바마 대통령 부인이 제과업계에 대해 소금과 설탕을 줄이지 않으면 광고를 금지하는 정부 안을 주도하는 등 '비만과의 전쟁'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주민 비만율이 34.4%에 달해 가장 비만이 심한 미시시피주를 비롯, 비만 아동 비율이 20% 이상인 지역이 11개 주나 되는 등 비만을 국가적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비만이 심한 곳은 가난한 사람들이 많아 햄버거, 피자 등 값싼 정크 푸드 소비가 높은 남부 지역이라는 특징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만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8년 자료에 따르면 국민 3명 중 1명이 비만 판정을 받을 정도로 비만화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정크 푸드 등에 대해 건강증진부담금 부과를 추진하려다 논란 끝에 취소된 것도 비만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미국처럼 '비만과의 전쟁'을 시작해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김지석 논설위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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