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마트 시대에도 사랑받는 아날로그

스마트 홍수 시대라지만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 만년필, 보드 게임 등 아날로그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며 미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스마트 홍수 시대라지만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 만년필, 보드 게임 등 아날로그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며 미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 통기타, 만년필, 보드게임…' .

스마트 기기 홍수 속에 아날로그 기기가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스마트가 편리하다지만 감성을 담아낼 수 없는데다 교육용 등 아날로그가 담당하는 특정 영역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시봉 등 문화계에서 시작된 복고열풍이 유통업계를 강타하면서 아날로그 틈새 시장이 커지고 있다.

◆건재한 아날로그 시장

아날로그 전자제품 중 가장 강한 생명력을 가진 것은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

업계에 따르면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는 국내에서만 연간 8만~10만대 이상씩 팔리고 있다. 높은 교육열이 카세트 플레이어 생존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아직도 유아들의 학습 교재 가운데 상당수가 카세트 테이프로 제작되고, 특정 구간의 반복 청취가 가능한 기능 때문에 어학 학습용으로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또 술집이나 음식점 등 업소에서 하루 종일 음악을 틀어 놓거나 공공 기관 등에서 특정 방송을 정기적으로 내보내야 하는 경우에도 카세트 플레이어를 사용한다.

전자랜드 채희성 지부장은 "카세트 플레이어는 살아남은 정도가 아니라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카세트 플레이어 시장으로 꼽힐 만큼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며 "많은 수치가 아닌 것 같지만 사실상 멸종하다시피 사라져 미국 유럽 등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기기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판매량"이라고 말했다.

다이어리와 만년필도 넘볼 수 없는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컴퓨터, PDA 그리고 최근 스마트폰의 등장까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한 수많은 순간을 겪었지만 특유한 생명력으로 살아남았다. 오히려 그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대구백화점에 따르면 만년필, 다이어리 등 사무용품 매장 매출이 해마다 15~20%대의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사무용품 '오롬시스템' 관계자는 "일상을 자필기록으로 남기고 싶어하고 먼 훗날 추억으로 남길 수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만년필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며 "지난해 월평균 60여 개 나가던 것이 최근에는 100개 가까이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세컨드 폰 인기도 가시지 않고 있다. 1천400만 명이 스마트폰을 쓰지만 동시에 과거 피처폰을 사용하는 세컨드폰 이용자도 많아졌다. 업무에서는 발빠른 e메일 확인과 정보 검색이 중요하지만 개인용 통신수단으로는 보안성이 뛰어난 피처폰을 쓴다. 또 데이터 검색을 많이 하다 보니 배터리가 빨리 닳아 통화는 피처폰으로 한다는 이유도 피처폰을 외면하지 않고 찾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복고도 가세

복고 열풍도 아날로그의 부활을 알리고 있다.

문화계에서 시작된 복고 바람이 다양한 세대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광고, 유통 분야로도 복고 키워드가 확산되고 있는 것.

명덕네거리와 대구교육대 부근의 주요 악기사에는 올 상반기 들면서 통기타 판매가 지난해와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

㈜코스모스 악기 임준희 대구지점장은 "쎄시봉이 반향을 일으키며 7080 시대를 대표하는 통기타 판매가 상위 품목에 랭크되고 있다"며"보급형 통기타의 경우 현재 품귀현상을 나타낼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분석했다.

음반 시장 역시 복고가 대세다.

동아백화점 수성점 음반 매장에는 '그 시절의 나를 만나는 노래' '7080 추억의 쎄시봉 음악감상실', '불후의 팝 명곡 베스트' 등 1970, 80년대를 대표하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 매출이 작년과 비교해 30% 이상 증가했다.

복고 키워드는 게임 시장에도 불고 있다. 1990년대 후반 반짝 인기를 얻다 시들해진 '블루마블 게임' '젠가' '다트게임' 등 보드게임이 뜨고 있다. 장기, 바둑 등의 게임용 상품도 지난해보다 40% 이상 판매가 신장되는 등 아날로그 게임 문화도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문화용품팀 장혜진 담당자는 "다양한 장르의 아날로그 문화가 30대 이상에게는 학창시절의 추억을, 신세대에게는 새로운 문화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사진=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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