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려한 공연장, 빈약한 알맹이…

공연문화 중심도시 대구 예산 대부분 시설유지비…기획·창작투자는 태부족

대구에는 35개 소규모 공연장과 8개 중대형 공연장이 있어 다른 도시에 비해 공장연 수는 많은 편이다. 그러나 공연 관련 사업비가 턱없이 부족해
대구에는 35개 소규모 공연장과 8개 중대형 공연장이 있어 다른 도시에 비해 공장연 수는 많은 편이다. 그러나 공연 관련 사업비가 턱없이 부족해 '껍데기는 훌륭하지만 알맹이는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부실한 대구 공연장들, 확 변화시킬 방법은 없나?"

대구시가 '공연문화 중심도시'를 표방하면서 뮤지컬 전용극장 추진, 시민회관 리노베이션, 공연창작파크 조성, 공연문화창조지구 조성, 공연역량강화 사업 등과 함께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대구국제바디페인팅축제, 대구호러공연예술제 등 다양한 행사도 앞다퉈 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공연기획과 창작에 대한 지원과 육성은 거의 밑바닥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1년 현재 대구에는 35개의 크고 작은 공연시설과 함께 비교적 규모가 큰 공연장 8개가 있다. 250만 인구를 고려할 때 공연장 수는 부족한 편이 아니다. 물론 부대시설이 미흡해 서울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에 비해 아쉬움은 있다. 심각한 것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무관심이다. 대구의 중대형 규모 공연장의 전체 예산 중 창작과 공연을 위한 실제 예술사업비 비중은 남부끄러울 정도다. 예산 부족으로 완성도 높은 공연을 펼치지 못하기 일쑤고, 이에 따라 관객들이 발길을 돌리는 악순환에 빠진 소규모 공연장들도 많다.

◆껍데기는 웅장, 속은 부실

봉산문화회관 경우 2011년도 총예산 14억2천여 만원 중에 공연기획비 7천650만원, 전시 기획비 4천780만원, 문화교양강좌비 3천577만원, 중구 예술단(합창단) 운영비 3천500여만원으로 총예산대비 문화예술사업비 비중이 14%에 불과하다. 나머지 예산의 대다수는 시설유지비(5억5천700만원), 인건비(6억900만원), 기타경상비(6천200여만원)로 쓰인다. 시설유지비와 인건비 역시 문화예술작품 기획과 운영에 중요한 재원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지원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예술공간임에도 정작 문화예술에 직접 투입하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동구문화체육회관의 경우 2011년 총예산 28억7천만원 중 공연사업비는 1억9천700만원(6.8%), 전시사업비는 2천900만원(1%)이다. 대구의 대표적 공연장인 오페라하우스의 경우 2011년 총예산 39억원 중 공연사업비는 9억3천100만원으로 총예산대비 24%에 불과하고, 인건비와 기타운영비 등이 76%에 이른다. 계명아트센터 경우 2011년 전체 예산 중 공연 관련 기획예산비는 18.8%에 불과하다.

◆예산 쪼개 공연장 가동률 높이기 급급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공연장 공연기획자들은 공연장은 있으나, 제대로 된 공연은 드물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하고 있다. 한 공연기획자는 "현재 대구의 대부분 공연장은 시설을 어떻게 만드느냐에만 집중하고, 개관 후에는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예산 편성은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경비수준이거나 거기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기획자는 "적은 예산을 쪼개서 사용하다 보니 완성도는 아예 생각하지 않고 횟수를 채우거나 외부 기획사 대관으로 일관하기 일쑤"라며 "시민들에게는 양질의 문화예술작품을 제공하고, 지역 예술인들에게는 기본적인 활동 무대를 보장해줘야 문화예술이 발전할 수 있는데, 현재로는 어느 것도 불가능한 형편"이라고 했다. 그는 전시'공연장의 본래 목적을 수행할 수 있도록 공연이나 전시 관련 사업비가 최소한 전체 예산의 50%는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늑장 예산에 인력구조마저 비능률

공연장 전문 인력 수도 효율적인 공연장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수성아트피아의 경우 2011년 총예산은 전년에 비해 3억3천만원 줄어든 36억3천여만원이다. 이 중 공연비 7억800만원, 전시 2억900만원, 예술아카데미 4억4천700만원 등으로 문화예술사업비 총액은 13억6천400만원이다. 총액대비 공연'전시 관련 사업비 비중이 37%로 다른 공연장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수성아트피아가 총액대비 문화예술사업비 비중이 다른 공연장에 비해 높은 것은 인력 대부분이 문화예술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어 인건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분야의 경우 전문가 1인이 비전문가 3인의 몫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차기연도 예산이 매년 12월에야 확정되는 시스템도 문제다. 연말에 예산이 확정되는 까닭에 내년도 공연작품이나 단체를 섭외할 시간이 촉박하고, 효과적인 마케팅도 어렵다. 일정에 쫓긴 나머지 주먹구구식으로 내년도 출연작품을 결정하기도 한다. 유럽의 극장들은 당해 6월 이전에 차기연도 예산이 결정되거나 적어도 예측 가능해 출연작품 섭외는 물론 관객대상 홍보활동을 펼치는 데 유리하다.

◆공연장 연계해서 대형작품 제작을

계명아트센터 김완준 관장은 "공연장 가동률, 객석점유율, 공연수익 등 숫자로만 공연장의 운영성과가 평가될 경우 인기 있는 공연, 투자대비 수익이 많이 기대되는 공연, 흥행이 보장되는 공연에만 투자하기 마련"이라며 "수익창출이 공연장의 지상과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연장마다 특화된 기획공연, 예술인 각자가 자신의 예술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공연을 펼칠 수 있을 때 공연문화는 진정 풍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김 관장은 특히 "사업비 부족 문제를 보완하고 우수한 공연을 위해서는 각 공연장이 연계하고 공동투자를 통해 대형작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상적인 수익모델 창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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