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통합만이 살 길이다] 리더가 머리 맞대고 먼저 앞장서라

이재훈 영남대 경영학부 교수

21세기는 산업간, 소프트웨어간 '융합'을 통해 세계화와 지역화가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

지식기반사회의 본격 도래로 통신,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경제와 삶의 방식이 광역경제권과 광역생활권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 나라 내에서도 권역별 경쟁이 벌어지고, 국가 간에도 광역경제권 간의 경쟁이 현실화되고 있다. 광역경제권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 되는 시대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구경북 이른바 '대경권'의 결속과 통합은 대구경북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 조건이자 시도민이 지향해야 할 의무다. 한때 무르익던 대구와 경북의 경제협력이 요즘들어 틀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대구와 경북이 '네것, 내것' 따지고 같은 국책프로젝트를 두고도 적잖게 갈등하고, 대립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정말로 지역의 미래를 고민한다면 광역권 경제, 광역 생활권에 역행하는 정책은 탄생시키지 말아야 한다. 경북도청이 경북 북부권으로 이전하면 대경권이 와해되지 않을지 솔직히 걱정이 크다. 물론 지금까지 많이 소외된 경북 북부권의 발전을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도청이 이전할 경우 경북 북부권은 대구권 아니 대구와는 관계없는 도시가 될 공산이 크다. 나날이 확장하고 있는 수도권이나 중부권으로 편입되거나 흡수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지 않아도 문경, 예천, 안동 지역민들은 큰 병이 날 경우 서울로 가는 경향이 많다. 포항, 울산은 이미 이른바 부산, 울산, 경남의 '부울경' 경제권과의 연계와 접근성이 강화돼 하나의 작은 경제권을 형성하는 추세다.

이처럼 경북 북부권이 중부권이나 수도권으로 흡수되고, 포항, 울산이 부산권에 흡수되면 대경권은 그야말로 대구를 중심으로 구미와 경산밖에 남지 않는다. 이럴 경우 인구는 300여만 명에 불과하다. 광역경제권이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가지려면 1천만 명은 유지돼야 한다.

대경권은 대구권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대규모 산업기지는 구미밖에 없게 되고 이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 자본, 인재가 이탈하는 구조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대경권 경제가 공중분해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도청 이전 시 단일 경제권은 불가능하다. 도청이 이전한 전남 무안의 경우 도청직원들은 낮에는 도청에서 근무하고, 가족과 생활권은 광주에서 유지하고 있는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진정 경북 북부권을 살리려면 도의 산업정책 방향에 맞는 특성화 대학을 설치하는 것이 더 북부지역에 메리트가 있다. 가령 원자력클러스터가 도의 주요 산업육성 정책이라면 원자력특성화대학을 여기에 두고, 문화관광분야라면 이 분야의 교육기관을 두는 것이 그 방안이다. 특성화대학은 대학을 신설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대학의 정원을 줄여 도립 공립대를 두면 많은 학생과 교직원이 정주하고 연관 시설도 집중될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정부지원도 받고 경북도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맞춰 인력양성도 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대구도 대기업 유치나 제조업 육성이 필요하겠지만 경북과 경쟁해서는 안 된다. 한강 이남의 강남이라는 수성구민들은 대부분 산업체 종사자가 아니다. 이들 중에는 토박이도 있겠지만 외지에서 돈을 벌어 교육이나 생활여건 때문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대구의 경우 정주형 서비스산업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교육, 의료, 쇼핑, 부품공급이 그것이다. 경북도와 차별화하는 것은 물론 순수 제조업은 경북으로 가게 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시장, 지사가 머리를 맞대고 대경권 살리기를 위한 고민과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경제, 문화 등 기능적인 통합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행정통합이라는 물리적 통합으로 가야 한다. 세계 각국은 지역 간 결속이 강화되고 있다. 이런 흐름을 외면하면 대구경북의 희망이 없다.

이재훈 영남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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