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상서(尙書)에 이런 글이 있다. 곤(?)이란 인물이 황제의 명을 받아 황하 치수의 책임을 맡게 되자, 천상에서 식양이란 흙을 가져와 황하물이 넘치는 곳에 떨어뜨려 산과 같은 둑을 쌓아 홍수를 다스리려고 했다. 이 식양이란 흙은 한 줌만 떨어뜨려도 산과 같이 크게 되는, 요술방망이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곤은 이런 만능의 물질로도 홍수를 막지 못해 죽임을 당한다. 그 후 황제는 곤의 아들 우(禹)에게 곤이 하던 일을 맡긴다. 우는 겨우 첫날밤을 치른 새신랑이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새로운 대책을 강구하는 데 몰두한 나머지 13년 동안이나 집에 들르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그가 알아낸 것은 물의 흐름을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한 일은 황하물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제 물길을 찾아주는 것이었다. 그는 결국 치수에 성공하고, 순(舜)으로부터 임금의 자리를 물려받게 된다.
이 글은 물론 지나친 반자연성을 경계하라는 뜻이 담겨 있지만, 그보다는 우가 새신랑으로서 13년 동안이나 집에도 가지 못했다고 함으로써 아버지가 했던 일이 반자연성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연성을 되찾아간다는 게 참으로 어렵다는 점을 나타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상서의 글이 요즈음 와서 새삼스레 큰 의미를 띠는 것 같다. 바로 이웃나라 일본에서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일어나 방사능 오염 때문에 전 지구인이 전전긍긍하는데도 정부 당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원자력발전소를 증설하려 하고 있다. 멀쩡하던 강변 농지가 침수되고, 제방이 침식되어 붕괴되고, 그토록 튼튼하던 칠곡 왜관 호국의 다리가 무너져 내리고 하는데도 그 원인이 4대강사업 때문이 아니라 천재라고 변명을 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은 이런 일들에 대해 대부분 사람들은 진실을 알지 못한 채 정부 당국의 홍보 내용을 그대로 믿는다는 점이다.
신문이란 한마디로 세상만사를 실시간으로 담아내는 역사서라 할 수 있다. 신문사 입장에서는 어떤 새로운 사실을 신문기사로 하려고 할 때 먼저 그 기사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할 것이다. 따라서 각 신문의 기사 종류, 크기, 내용은 그 신문이 세상사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가장 확실히 보여주는 셈이 된다. 독자들의 세상 보는 눈도 신문을 따라가기 십상이다. 왜냐하면 하루하루 살기 바쁘고 힘겨운, 많은 사람들은 세상 돌아가는 내용에 대한 중요한 정보와 견해를 신문을 통해 얻기 때문이다. 특히 묵직한, 심층분석이 필요한 내용은 더욱 그렇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중요하지 않은 게 있겠는가마는 가까운 미래에 대재앙이 될 중요한 문제가 최근에 일어나고 있다. 원전 문제, 4대강사업 문제, 고엽제 문제 등이다. 과연 매일신문이 이들 문제에 대해 그저 정부 당국이 말하는 내용 수준에서 다루고 있는지 또는 진실되게 깊이 다루고 있는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6'25전쟁이 일어났던 날에 그렇게 튼튼하던 낙동강 호국의 다리(구 왜관철교)가 무너져 내렸다. 정부 당국은 당연히 홍수가 나서 그렇다고 한다. 그렇다면 신문에서도 홍수가 나서 호국의 다리가 무너져 내렸다는 정부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을 것인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중국 상서의 우가 자기 아버지가 홍수통제를 하지 못한 이유가 반자연성 때문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사실을 아는 데도 13년이나 걸렸다. 호국의 다리가 무너진 게 낙동강 사업 때문이란 사실을 아는 데 그렇게 긴 시간이 걸려서는 결코 안 된다. 매일신문은 환경전문기자를 양성하는 등 환경에 대해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매일신문의 발전을 빈다.
정제영(매일신문 독자위원·영남자연생태보존회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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