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동교∼황금네거리' 자전거 전용로 '목숨 건 곡예운전'

자동차 전용차로·노변 주차장 사이 설치…'위험천만' 이용 외면

21일 오전 대구 수성구 매호동 고산3동 주민센터 인근에 설치된 자전거전용차로에 한 시민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21일 오전 대구 수성구 매호동 고산3동 주민센터 인근에 설치된 자전거전용차로에 한 시민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20일 오후 대구 수성구 중동교에서 황금네거리 간 자전거전용차로. 자전거를 탄 시민들은 최근 설치된 자전거전용차로를 외면하고 인도 위로 다니고 있었다.

중동교 부근에는 자전거 전용차로가 노변 주차장과 차로 사이에 설치돼 시내버스 등 대형차량과 자전거가 곡예를 하듯 서로 스쳐지나갔다. 기자가 1시간가량 현장을 지켜봤더니 자전거전용차로를 이용하는 시민은 2명에 불과했다

주부 김모(37'대구시 수성1가) 씨는 "뒤따라오던 승용차나 버스가 뒤에서 경적을 울릴 때면 깜짝깜짝 놀란다"며 "인도는 높낮이가 일정하지 않고, 마찰이 심해 운행하기가 불편하지만 웬만하면 인도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수성구 매호동 고산3동 주민센터 부근 자전거전용차로. 신매네거리에서 좌회전을 하자마자 자전거전용차로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 전용차로를 이용하는 시민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차로와 노변주차장 사이에 자동차 전용차로를 만들어 놓은 탓이었다. 북편의 상가 쪽으로 이동하자 이곳의 자전거 전용차로에는 승용차가 대부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박민호 수성구의회 의장은 "무슨 생각으로 이곳에 자전거 전용차로를 설치했는지 모르겠다. 위험해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다"며 "노변주차장에 있던 차량의 운전자가 문을 열다가 지나가던 자전거와 부닥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가 올해 수성구와 서구, 북구 등지에 10억원가량을 들여 자전거 전용차로 17.68㎞를 설치했지만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상당 구간이 차로와 노변주차장 사이에 설치돼 이용자들이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고, 나머지 구간도 자동차들이 주차를 하고 있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자전거이용자 동호인 카페인 '오르락내리락'의 이병환 카페지기는 "자전거를 타는 동안 앞뒤로 차가 다니면 상당한 위협감을 느끼고 밤에는 더하다"며 "자전거전용차로와 차로를 분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석 대구자전거타기운동연합 본부장은 "자동차 운전자들의 의식이 문제이고, 주차문제는 당국에서 강하게 단속을 해야 한다"며 "다만 자전거전용차로에서 사고가 났을 때 법적으로 보호를 받는 데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자전거 전용도로에서의 운행이 다소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나라 도로 여건상 어쩔 수 없다"며 "자전거 전용도로 주차 문제는 앞으로 강하게 단속을 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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