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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리의 시와 함께]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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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의 손을 잡고 걸어갈 때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너무 많은 손들이 있고

나는 문득 나의 손이 둘로 나뉘는 순간을 기억한다.

내려오는 투명 가위의 순간을

깨어나는 발자국들

발자국 속에 무엇이 있는가

무엇이 발자국에 맞서고 있는가

우리에게는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이 있고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내가 너의 손을 잡고 걸어갈 때

육체가 우리에게서 떠나간다.

육체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우리에게서 떨어져나가 돌아다니는 단추들

단추의 숱한 구멍들

속으로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이수명

올여름 우리에겐 너무 많은 비들이 있죠. 따뜻한 비, 서러운 비, 아픈 비, 죽음의 비. 비극적인 사연만 아니라면 비 내리는 풍경엔 고혹적인 흡입력이 있어요. 더구나 늦은 밤, 천창으로 떨어지는 빗소리 홀로 듣는 기분 누구 아시나요?

그럴 땐 누군가가 필요해요. 먼 곳에 있는 네가 필요해요. 너무 가까이 오진 마세요. 그래요. 그 정도의 거리에서 우리 이야길 해요. 길거리에서 과일 파는 여자가 폭우에 겨우 건져 쓱쓱 닦아 내미는 토마토 이야기나 우산 쓰고 따온 살구의 밍밍한 맛에 스민 비를 이야기해요.

그러면서 우린 시절을 하나씩 보내는 걸까요? 젊음의 시간을 작별하는 걸까요? 그러나 현재형의 비를 말해 볼래요. 비는 늘 왼쪽이나 오른쪽으로만 내려요. 말인즉슨 연인들은 늘 한쪽 어깨가 젖지요. 내일 이별할지라도, 각기 한쪽이 다 젖는 줄 뻔히 알아도 두 개의 우산을 쓰는 연인은 없는 거죠. 그럼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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