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근혜 '총선 출마' 발언 번복 가능성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내년 총선 달성군 출마 발언에 정치권이 시끌벅적하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야한다는 주장과 '그래서는 안 된다'는 주장 그리고 본 뜻은 다른 데 있다는 등의 갖가지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자신의 내년 총선 행보를 두고 언론이 ▷불출마 ▷지역구 고수 ▷수도권 출마 ▷비례대표설을 내놓은데 대해 박 전 대표는 19일 대구 방문길에 "모두 오보(誤報)"라고 달성군 출마 입장을 확인한 발언의 여파다.

우선 여권 내부가 들썩거리고 있다. 일부는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을, 일부는 "바뀔 수 있는 일"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는데 이들의 주장 이면에는 박 전 대표를 어떻게 총선에 활용해야 정권 재창출과 현역 의원의 정치생명 연장에 유리한가라는 속내가 들어 있다는 지적이다.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이 21일 "당의 지도자가 당내 분위기 쇄신을 선도해주면 좋을 텐데 지역구에 출마한다니 좀 실망스럽다. 지도자는 자기희생과 헌신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은 쇄신 소장파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그동안 영남권 중진 의원 물갈이를 공개적으로 주장한 바 있는 이들은 박 전 대표가 수도권으로 지역을 옮겨 출마하거나 불출마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비례대표 끝번호에 포진해 영남권 물갈이의 선봉에 서야만 자신들의 뜻이 관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 전면 쇄신의 마침표가 박 전 대표의 불출마 내지는 수도권 출마에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친박계 중진 의원들은 "정 소장도 지도부인 만큼 자기희생과 헌신을 보여주기 위해선 고향인 호남권 출마를 밝혀야 할 것"이라며 "남의 희생만 등 떠밀고 정작 본인은 유리한 고지에만 있겠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일부는 박 전 대표의 지역구 고수는 '현시점'에서의 입장이라는 해석을 내놓아 주목을 받고 있다. 내년 4'11총선까지 9개월, 대선까지 17개월이 남은 시점에서 박 전 대표가 미리부터 '불출마' 운운할 리 없다는 것이다. 총선에 나간다면 달성군이라는 것이지, 무조건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들의 뜻을 종합하면 총선 불출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박 전 대표의 총선 출마 여부와 출마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가 이렇게 큰 여진을 만든 것은 현역 의원들의 '박근혜 홍보와 활용'이 자신들의 정치생명 연장에 필요충분조건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의 수도권 출마는 수도권 현역 의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고, 비례대표 뒷 순위는 "여러분이 한나라당을 지지해야만 박 전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다"는 유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내리 4선을 한 안정적인 텃밭에 출마하거나 불출마를 해야만 전국 지원유세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이들은 은근히 수도권 출마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친박계로 당 제1사무부총장인 친박계 이혜훈 의원이 "어려운 지역구로 옮겨 거기 선거에 매달리면 전국 지원유세를 못할 수도 있다. 현재 지역구에 출마하고 지원유세를 하는 게 당에 더 도움이 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서다.

하지만 '포스트 박근혜'를 꿈꿨던 달성군의 잠정 예비주자들은 당황스럽다. 박 전 대표 본인 입으로 '달성군 출마'를 이야기한 마당이라 바닥 다지기를 접기도, 계속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라 그렇다. 박 전 대표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는데 골몰하는 모습이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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