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슈퍼에 왜 박카스 없지?…상인들 "물량부족…마진 적어"

"편의점에서 박카스를 판다더니, 어디에 있나요?"

21일부터 의약외품으로 전환된 48개 일반의약품을 슈퍼마켓과 편의점에서도 판매할 수 있게 됐지만 이날 박카스를 사기 위해 대구 중구의 한 편의점을 찾은 김소진(33'여) 씨는 발길을 돌려야 했다. 판매대에 박카스는 보이지 않았다.

같은 날 오후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주택가. 양미진(33'여'수성구 수성동) 씨가 팔에 찰과상을 입은 6살 딸을 데리고 슈퍼마켓에 들어섰다. 찰과상 상처에 바르는 연고제인 마데카솔을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양 씨는 "아이가 유치원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넘어져 연고를 사러 슈퍼마켓을 찾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슈퍼마켓에는 연고제가 없었다.

슈퍼마켓 업주 김덕진(44) 씨는 "의약품 도매상 측이 슈퍼마켓과 거래를 시작하는 데 준비기간이 다소 걸린다고 연락이 와서 8월 초에나 제품을 들여 놓을 수 있다"고 양 씨를 돌려보냈다.

21일 의약외품 범위를 확대하는 고시 개정안이 공포돼 마데카솔, 박카스를 비롯한 48개 일반의약품이 슈퍼마켓, 편의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의약외품으로 전환됐지만 실제 판매는 이루어지지 않아 시민들이 헛걸음만 했다.

이날 기자가 대구시내 중구, 수성구, 북구 등의 슈퍼마켓, 편의점 등 10여 곳을 둘러봤더니 박카스, 마데카솔 등 정부가 의약외품으로 고시한 제품을 파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슈퍼마켓, 편의점 업주들이 의약외품 판매 여부를 두고 아직 저울질을 하고 있기 때문.

슈퍼마켓 업주 박정모(48'중구 대봉동) 씨는 "이번에 판매가 허용된 의약외품 개수가 그리 많지 않은데다 드링크 제품의 경우 마진이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굳이 들여놔 봤자 성가시기만할 뿐인 의약외품을 취급할지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했다.

게다가 제약업계도 물량부족으로 약국 이외에는 제품 공급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회사 간판 제품인 박카스의 경우 한 해 3억2천만 병가량을 생산하는데 대부분 약국에 공급된다"며 "구체적인 회사 방침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당장 생산 설비를 늘릴 수 없기에 슈퍼마켓, 편의점으로 제품 공급을 확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식약청은 일부 일반의약품의 의약외품 전환으로 시민들이 혼란스러워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슈퍼마켓, 편의점에 관련 안내문을 게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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