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째 대구 한 초등학교 조리실의 비정규직 조리원으로 일하고 있는 A(50'여) 씨는 여름이 두렵다. 야채를 씻고 밥을 짓다보면 일을 시작한 지 한 시간도 채 안돼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조리실 습도가 높은 데다 늘 불을 가까이 해야하기 때문에 몸은 파김치가 되기 일쑤다. 이렇게 하루 8~9시간 일해 A씨가 손에 쥐는 돈은 한달에 82만원 남짓. 그나마 3년 전 79만원에서 3만원이 오른 월급이다. A씨는 "16년 일한 나나 올해 들어온 사람의 월급이 같다.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은 제자리걸음이다. 경력을 인정받지 못한 채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며 비정규직의 서러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은 영양사, 조리사, 조리원뿐 아니라 사무보조와 교육업무보조, 청소원, 도서관 사서 등 다양하다. 각 학교 회계에서 임금을 받기 때문에'학교회계직'이라고도 불린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학교 비정규직의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09년 5천216명에서 올해는 4월 기준으로 6천223명까지 늘어났다.(표 참조)
학교 업무가 세분화, 다양화되면서 학교 현장에 필요한 인력을 비정규직 위주로 충원해 왔기 때문이다.
대구 한 중학교의 10년차 비정규직 영양사 B(37'여) 씨가 한 해 받는 돈은 1천600여만원으로 신입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 식단 작성, 식재료 선정과 검수 등 맡은 일은 정규직 영양사와 다를 바 없지만 같은 경력을 가진 정규직 영양사가 받는 연봉(3천600여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당장 내년에 일을 할 수 있을지 보장도 없어요. 명칭만 무기계약직이지 학교장이 급식 인원이 줄었다고 나가라면 그만이니까요."
초등학교 행정보조로 10년째 근무 중인 C(32'여) 씨도 마찬가지다. 회계 장부 정리나 공문 발송 등 각종 학교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건 정규직과 같지만 한 달에 받는 돈은 110만원 남짓이다. 초임 때 받던 60여만원보다는 많이 올랐지만 같은 경력의 정규직이 받는 월급(280여만원)에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 2006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때만 해도 공무원 대우를 받나 싶어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달라진 게 없다. C씨는 "적은 월급도 불만이지만, 평소 나를 아랫사람 부리듯 대하는 정규직 직원들의 태도에 비애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학교 비정규직들이 처우개선을 위한 단체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단일노조 대구지부준비위원회는 민주노총에 가맹 신청을 했으며 9월 중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이곳 정지혜 조직국장은 "경력을 인정한 호봉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개별 학교가 아닌 시교육청 차원의 고용 등을 목표로 뛸 것"이라며 "이번 여름방학 때 시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우리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마다 재량 휴업일 유'무급 방침이 제각각이었으나 모두 유급제로 통일했고 9월부터는 경력에 따라 근속수당을 3만~5만원씩 지급하는 등 나름대로 애쓰고 있다"며 "노조가 출범한 뒤 대화를 요청할 경우에도 적극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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