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보만 제대로 알면 원수가 생길 일이 없죠."
족보와 문집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대보사 박도규 대표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대구경북지역 족보는 모두 대보사를 거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30년 동안 족보 4천여 종과 문집 4천여 종을 발간했고 디지털시대에 맞춰 전자족보를 만드는 다양한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영남지역에는 본관이 전체의 60~70%가 모여있습니다. 대부분 저희 회사를 통해 족보를 만들고 있으니 아마 전국 최고일겁니다."
대보사가 족보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74년부터다. 박 대표의 선친인 박노택 전 회장이 일반 인쇄소를 운영하다 족보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 박 전 회장은 족보의 가능성을 보고 1980년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던 아들 박 대표를 설득해 함께 대보사를 만들었다. 지난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박 전 회장은 대보사에서 족보를 만드는데 열정을 다했다. 박 대표는 "아버지는 역사적 지식이 풍부하고 한자에도 능해 예전부터 족보에 관심을 가지고 계셨다"며 "특히 성품이 진중해서 지인들 사이에서는 '신사'로 통했다"고 아버지를 추억했다.
1980년 이후 족보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활자 인쇄에서 한문 타자기 인쇄를 거쳐 지금은 모든 것이 디지털화됐다. 이런 흐름에 맞춰 대보사에서는 2008년부터 전자족보를 발간하고 있다. 문중 홈페이지도 제작해 인터넷으로 족보를 찾아볼 수 있는 서비스도 한다. 이런 변화를 가능하게 한 것이 박 대표의 아들 박종찬(33) 씨 덕분이다. 3대에 걸쳐 족보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것. "컴퓨터공학과를 나온 아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변화에 맞춰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한문학과 대학원에 다니면서 대보사를 위해 노력해주고 있어서 든든하죠."
대보사는 단순한 족보 출판사를 넘어서 자신의 뿌리와 옛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사랑방이 됐다. 박 대표는 뿌리가 있는 한 족보에 대한 관심은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뿌리를 찾기 위해 대보사를 찾아오는 것을 봐왔기 때문이다. "뿌리를 찾다보면 여기저기 안 이어진 사람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러니 나와 뿌리가 연결된 사람들과 원수가 될 리 없죠. 뿌리가 있는 한 족보는 계속될 겁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트럼프, 중동상황으로 조기 귀국"…한미정상회담 불발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