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을 알자] 류마티스 질환-(6)루푸스

면역 이상 탓 피부에 붉은 발진…심장'뇌신경까지 손상할 수도

9개월 전 둘째 아이를 출산한 김미주(가명'34) 씨. 평소 건강하고 지병도 없었지만 최근 손과 무릎 등 관절이 아프고 몸살처럼 근육통과 함께 간혹 열이 나기도 했다. 출산 후인데다 아기를 키우다 보니 관절이 붓고 아프며 근육통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증상은 나아지지 않고 오래 지속됐다. 얼마 전 가족들과 바닷가에 휴가를 다녀온 뒤 얼굴과 팔'다리에 붉은 발진이 생겨 동네 피부과를 찾았다. 의사에게서 '루푸스'(Lupus)가 의심되니 류마티스내과에 가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루푸스는 주로 여성, 특히 가임기 여성에게 많이 생기는 '만성 자가면역 질환'이다. 국내에 약 1만5천 명의 환자가 있다고 보고돼 있다. 흔한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에게 '루푸스'라는 이름조차 매우 생소하다.

'루푸스'라는 말의 어원은 라틴어로 '늑대'라는 뜻. 환자 피부가 마치 늑대에 물린 것처럼 붉게 보인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의학적으로 정확한 진단명은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다. 루푸스는 피부에만 국한돼 나타나는 '원판상 루푸스', 약물에 의해 생기는 '약물 유발 루푸스', 온몸에 침범하는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로 나뉜다.

하지만 대개 루푸스라고 하면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를 말한다. 자가면역 질환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외부 세균을 막아내는 면역반응이 비정상적으로 작용해 자기 정상조직을 공격해서 여러 증상과 장기 손상을 일으키게 되는 병이다. 피부, 근골격, 신장, 심장, 뇌신경, 위장관, 장막까지 다양한 조직에 질환을 일으켜 '천의 얼굴'을 가진 병이라고 한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몰라

일란성 쌍둥이에서 함께 발병할 확률이 매우 높고, 부모나 형제가 루푸스 같은 자가면역 질환이 있는 경우 발생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유전적 요인이 발병에 어떤 작용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특정 바이러스 감염과 이산화규소 먼지(silica dust), 흡연도 발병 위험을 높이며, 햇빛도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여성 호르몬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가임기인 15~44세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며, 환자의 90% 이상이 여성이다. 하지만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모르는 상태다.

루푸스 진단에 필요한 증상과 중증도는 아주 다양하고, 동시에 나타나지 않고 수개월에 걸쳐 차례로 나타나거나 한 가지 증상이 나은 뒤 다른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루푸스가 의심되면 혈액검사, 간기능 검사, 소변 검사 등과 함께 여러 자가항체 검사도 한다. 혈액검사를 해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이 잘 보이지 않으면(숫자가 줄었기 때문에) 루푸스를 의심할 수 있다. 특히 혈청내 항핵항체(체내 세포 속에 있는 핵에 대항하는 자가항체. 원래 항체는 외부물질과 싸워야 하는데 핵에 대항하는 항체가 있다는 것은 자가면역 질환을 의심할 수 있음)의 존재는 루푸스 진단에서 가장 흔하고, 중요한 소견이다.

◆절반 못넘던 생존률 지금은 90% 이상

아직 완치법은 없다. 그렇다고 치명적인 병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1955년만 해도 루푸스 환자의 5년 생존율이 절반도 채 안됐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약 90% 이상으로 높아졌고, 10년 생존율도 80~90%로 보고되고 있다.

루푸스 치료의 목적은 급성 악화를 막고 질병이 날뛰는 것을 억제해 중요한 장기손상을 예방하는 것이다. 자외선은 증상을 악화시키는 명확한 환경적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거나 햇빛을 피하도록 권한다.

여성은 남성보다 유병률이 10배가량 높다. 그만큼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루푸스 발생 위험을 높이고 증상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피임약을 먹거나 폐경기 이후 호르몬 대체요법을 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대구가톨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최정윤 교수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에서는 50년 만에 처음으로 루푸스 신약을 허가해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며 "활발한 신약 연구가 진행 중이어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푸스 진단 후에는 지속적인 관리와 치료를 통해 병의 활성도를 조절하고 장기 손상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루푸스 환우모임인 '루푸스를 이기는 사람들'(www.luisa.or.kr)에서 환우 정보 및 전문의 상담 게시판도 운영 중이다.

##루푸스 증상별 특징은

즇 전신 및 근골격계 증상 = 환자 10명 중 8, 9명꼴로 발열, 전신쇠약, 피로감을 호소한다. 거의 대부분 관절통과 근육통도 겪는다. 특히 손 관절에 대칭적으로(양손 같은 부위에) 나타난다. 그러나 류마티스 관절염과 달리 뼈 손상이나 관절 변형은 드물다.

즊 피부 점막 증상 = 10명 중 7, 8명꼴로 피부 증상을 보인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뺨과 코 윗부분에 대칭적으로 생기는 나비모양 발진(malar rash)이다. 구강이나 비강 궤양, 전신 홍반(붉은 반점)이나 수포가 생기기도 한다. 탈모도 피부 증상 중 하나다.

즋 혈구 감소 = 10명 중 7명꼴로 빈혈이 관찰된다. 약 10% 미만에서 자가면역성 용혈성 빈혈을 보인다.

즍 신장 증상 = 루푸스 환자 중 약 70%에서 발견된다. 양쪽 다리, 발목이 붓거나 단백뇨가 있으면 루푸스 신염을 의심할 수 있다. 24시간 모은 소변에서 단백량이 500㎎을 초과하거나 요검사에서 3+ 이상의 단백뇨나 세포성 원주가 보이면 루푸스 신염으로 진단한다. 신장 조직검사를 해서 루푸스 신염을 6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데, 4형이 가장 흔하고 예후도 좋지 않다.

즎 뇌신경 증상 = 3명 중 2명꼴로 신경정신 증상을 보인다. 스트레스나 약물, 다른 정신과적 질환이 없는데도 경련, 인지장애, 설명되지 않는 혼돈, 두통, 기분장애, 정신병 등 증상이 있다면 루푸스로 인한 뇌신경 증상을 의심해야 한다. 드물게 척수병증과 무균성 수막염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횡단성 척수염은 급격한 하반신 마비, 감각이상 등을 나타내는 응급 증상이다.

즏 장막염, 위장관 증상 = 폐를 둘러싼 막에 염증이 생기는 흉막염이 있으면 심호흡이나 기침시 통증이 있다. 심장을 둘러싼 막에 염증이 생기는 심낭염은 가슴통증을 일으킨다. 또 식욕감소, 구역과 구토, 복통과 설사를 보이는 루푸스 장염도 있다.

? 폐 증상 = 발열, 호흡곤란, 기침, 객혈 증상을 보이는 폐장염과 폐출혈,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는 폐동맥고혈압 등이 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자료제공=대구가톨릭대병원 류마티스 및

퇴행성관절염 전문질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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