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전투기를 비롯해 수많은 대한민국 항공기가 독도 상공을 날았으나, 일본은 아무 말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 대한항공기가 독도 상공을 시험 비행했다는 이유로, 7월 11일 일본 외무성은 직원들에게 대한항공 이용을 자제하라고 했다. 15일에는 야당인 자민당의 '영토에 관한 특명위원회' 의원 4명이 내달 2, 3일경에 울릉도를 방문하여, 한국이 "왜 일본인이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을 하는지 직접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일본 공무원이 울릉도를 공개 방문한 적은 없었다. 일본이 갑자기 돌출 행동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대지진의 틈을 타 한국이 독도정책을 강화하고 있다고 느끼는 최근 일본 국내의 위축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것일까.
일본의 돌출 행동 배경에는 '다케시마'(독도)를 관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시마네현의 움직임이 있다. 4월 일본이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내용의 중학교 교과서 검정결과를 발표하자, 한국정부는 독도종합해양과학기지 건설 등 독도에 대한 실효 지배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 조치에 특히 시마네현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마네현 의회는 6월 8일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도록 요구하는 의견서를 일본 정부에 제출하고, 같은 달 30일에는 독도에서 가장 가까운 오키(隱岐)섬의 '다케시마 영유권확립 오키 기성동맹회'가 해양과학기지 건설을 중지시킬 것을 일본 정부에 요청했다. 독도 주변의 어업에 생업을 유지하고 있는 어민들이 많은 시마네현에게는 독도 종합해양과학기지 건설은 위협적일 것이다.
독도 영유권 주장이라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일본 의원들의 울릉도 방문은 우려스럽다. 그렇다고 그것에 과민할 필요는 없다. 일본 언론의 분위기는 차분하며, 한국 쪽의 반응과 논란을 전하고 있는 정도이다. 한국은 혼돈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궐기대회와 함께 그들의 울릉도 입도를 막을 채비를 하고, 이재오 장관은 그들의 울릉도 방문기간 동안 독도 경비를 서겠다고 한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자제를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여행의 자유가 있고 상호 무비자 관계에 있는 한국이 그들의 방문을 저지할 방법이 있는가. 또 막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입국을 막으면, 그들은 독도문제를 외교문제로 비화시키는 빌미로 삼을 것이다. 국제사회에 독도 영유권 논란이 제기되는 것을 우리는 염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중앙정부가 아니라 행정적으로 독도를 관할하는 경상북도가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경상북도는 반응이 없다. 경상북도의 무반응은 의미있는 무시 전략인가, 아니면 손 놓고 있는 것인가.
어느 연구자는 독도문제를 다루는 데 한국과 일본에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1905년 시마네현 고시로 독도를 일본의 영토로 편입했듯이, 일본은 시마네현이 문제 제기를 하고 이를 받아서 중앙정부가 정책을 결정, 집행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은 독도문제는 어디까지나 중앙정부의 몫이고, 경상북도는 하위 레벨의 정책을 집행하거나 따라가는 위치에 있다. 독도문제는 본질적으로 영유권문제여서 중앙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나, 그곳을 관할하는 경상북도의 역할 제고도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 경상북도는 울릉도에 "일본 의원단의 한국땅 울릉도'독도 방문을 환영합니다"는 현수막을 걸고 그들을 정중하게 독도까지 모셔라. 울릉도를 거쳐 독도를 방문하는 것은 독도에 대한 한국 영유권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독도 방문은 우리에게 더없이 좋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절대로 독도에 발을 디디지 않는다. 일본 의원의 방문에 큰 의미를 두는 것은 그들이 바라는 바다. 일본의원의 관광쯤으로 무시해도 괜찮다. 우리 땅 독도와 울릉도를 '확인'하러 온 것이니까.
이성환 계명대 교수·국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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