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음고통 대가가 고작 한달 3만원이냐"

K2 배상금 판결 논란

25일 오후 대구 K2 공군기지에서 전투기 한 대가 굉음을 내며 주택가 부근을 비행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25일 오후 대구 K2 공군기지에서 전투기 한 대가 굉음을 내며 주택가 부근을 비행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K2 공군기지 인근 대구 동구 주민 2만5천여 명이 29일 450억원가량의 전투기 소음 피해 배상금을 받게 됐지만 배상받는 주민은 물론 배상에서 제외된 주민들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또 이번 배상에서 제외된 주민들도 별도의 소송을 제기하는 등 관련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또 다른 논란 제공=대법원은 지난해 11월 대구 북구 주민 680명이 제기한 군용항공기 소음 피해 배상기준을 이번 소송에서도 그대로 적용했다. 이번에도 북구 주민 소송과 마찬가지로 1인 기준 ▷85~89웨클 월 3만원 ▷90~94웨클 월 4만5천원 ▷95웨클 이상 월 6만원씩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이 배상 소음 기준을 85웨클 이상으로 제한하면서 배상을 받지 못하는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대구경북녹색연합에 따르면 K2 인근 주민 중 85웨클 이상의 피해 주민은 5만2천여 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10웨클 낮춰 민간 항공기 보상기준인 75웨클로 할 경우 대상 주민은 23만8천800여 명이다.

이 때문에 골목을 사이에 두고 배상 여부가 결정되면서 배상을 받지 못한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신현식(62'동구 입석동) 씨는 "옆집에 사는 이웃은 배상을 받는데 골목을 사이에 두고 몇m 떨어진 주민은 배상금을 받지 못해 상실감이 크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최종민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관련 소송이 줄을 잇는 등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며 "법원에서 85웨클을 기준으로 했지만 외국의 어떤 사례를 봐도 이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없다. 웨클을 낮추면 배상금이 기하급수로 늘어나는데 대한 현실적인 문제점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상금을 받게 된 주민들도 불만이다. 배상 기간이 2008년 이전까지만 적용됐고 그 이후의 배상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기 때문. 배상금을 받게 된 윤태윤(73'동구 신평동) 씨는 "배상금을 준다고 하니까 싫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고통받은 것을 생각하면 너무 적다"며 "비행장을 옮겨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조직적 반발 움직임=이번 배상을 계기로 주민들은 통합공과금 안 내기 운동까지 계획하는 등 반발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의료보험, 국민연금, TV수신료, 전화료 등 공과금 납부 거부운동을 전개하겠다는 것.

최종택 전국 군용비행장 피해주민 연합회장은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공과금 납부 거부 등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동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구 주민들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군용비행장 등 소음방지 및 소음대책지역에 관한 법률안'(이하 군소음특별법)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군소음특별법에서 소음 배상 기준을 실효성 있게 정하고, 핵심 피해지역에 대한 이주 및 보상 대책을 세우는 등 체계적인 배상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또 K2 인근 주민들은 법안이 지정한 소음기준인 85웨클은 지나치게 높고, 피해 핵심지역인 95웨클 이상 지역에 대한 주민이주 및 토지보상안 마련, 민간 공항의 배상기준인 75웨클과 같은 기준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