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상 1천 명 이상이 사망한 전쟁만 해도 32만 건이나 된다. 가히 인간은 전쟁을 위한 동물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 전쟁영화는 영화사에서 주요한 장르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2차 대전이 끝나고,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할리우드에서 폭발적으로 제작됐다. 거기에 월남전까지 이어지면서 오랫동안 호황을 누렸다. 잠시 주춤하던 전쟁영화는 걸프전과 이라크전이 터지면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에는 온 국민의 반공교육을 위해 국가적으로 제작됐다. 임권택 감독의 '증언'(1973년)이나 '낙동강은 흐르는가'(1976년) 등은 잔혹한 인민군에 맞서 싸우는 국군의 무용담과 희생정신을 주로 다루면서 국민들의 반공의식을 고취시켰다. 이들 영화들은 문화교실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이 단체로 관람하기도 했다.
당시에 스펙터클한 영화가 드물었기에 한국전쟁 영화는 여러모로 볼거리 있는 영화로 인기를 끌었다. 이때 볼 수 있는 외국 전쟁영화는 대부분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것이다. 미국의 영웅주의적 시각과 냉전 이데올로기에서 '편가르기'가 끝난 영화들이었다. 독일, 소련, 일본군은 적, 연합군과 미군 등은 아군으로 고정됐다.
당시 흥미로운 영화가 한 편 개봉됐다. 샘 파킨파 감독의 '철십자 훈장'(1977년)이었다. 2차 대전 막바지인 1943년, 독일 슈타이너(제임스 코번) 상사가 주인공인 영화다. 적이라고 여겼던 독일군이 주인공이었다. 물론 유럽 동부전선에서 소련과 싸우는 영화니까 적과 적의 전쟁인 셈이다. 그렇지만 당시 10대였던 필자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지난해 러시아에서 대작 전쟁영화가 제작됐다. 알렉산더 코트 감독의 '브레스트 요새'(2010년'사진). 브레스트는 벨로루시(옛 백러시아)의 수도다. 1919년 폴란드의 영토가 되었다가 1939년 소련에 양도된 곳이다.
2차 대전 당시 백러시아 전 지역에서 민간인 중심의 유격대의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그 중에 브레스트 요새를 거점으로 활동한 유격대가 나치군의 소련 침공 후 독일군에게 가장 큰 타격을 입혔다.
1941년 독일군은 브레스트 요새를 파괴하기 위한 대대적인 공격이 감행됐다. 고립된 주민들과 군인들은 최후까지 저항했고 여성과 노약자 등 소수를 제외하고는 몰살당했다. 영화는 물 한 방울 없는 상태에서 끝까지 버틴 군인들의 활약을 스펙터클하게 그려내고 있다. 군인과 민간인을 떠나 외부의 적과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영웅적인 면모가 잘 드러난 영화다.
전쟁은 피아 없이 모든 이들의 비극이란 사실, 다시금 깨닫게 해주고 있다.
김중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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