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이슬 먹고 맴맴

최근에 몇몇 문화예술단체장이 새로이 선정되었는데 그 과정이 한판의 잔치처럼 신명나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보여줘서 참 다행으로 생각한다. 과거 이런 과정에서 약간의 잡음이 있었을 때 가끔씩 "예술인들은 왜 그리 싸우느냐"라는 말을 듣곤 했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아니 예술인들은 이슬 먹고 사느냐"라고 항변하곤 했다.

예술인들도 생활인이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뒷말이 있을 수도 있다는 뜻에서 나온 반론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우리 예술인들에게 이 세상은 더 높은 도덕성과 가치성을 요구하기에 그런 지적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해 본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술과 돈은 거리가 그렇게 가깝지 못했던 것 같다. 많은 천재 예술가들이 힘들게 생활하다가 오히려 사후에 인정받는 경우가 많지 않았던가! 순수예술에는 후원자의 도움이 필요 할 때가 많다.

세계최고의 오페라 극장인 '라 스칼라'도 순수 재정자립도는 30%에 불과하다고 알고 있다. 나머지는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받는 지원금으로 꾸려간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의 후원으로 인해서 르네상스 예술이 꽃피우게 되었고 가까이는 금호그룹의 예술영재에 대한 후원이 세계적 콩쿨에서 놀라운 성과로 연결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후원이 조금 더 아름답게 이루어 질 수는 없을까?

지금 우리 주변의 예술 후원은 어떤가라고 생각해 보았다. 모든 일에는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되기 마련이지만 우리나라만큼 이러한 서열이 강하게 작용하는 나라가 있을까 싶다. 많은 분들이 정말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예술에 후원하고 그 자체로 기쁨을 삼고 있다. 하지만 가끔 후원 자체가 하나의 문화 권력이 되는 것을 목격할 때가 있다. 후원받는 단체나 사람의 입장을 고려해서 지원해주면 참 좋을 텐데 그것을 남보란 듯이 할 때면 자괴감을 느낄 때도 있다. 예술인들은 누구보다도 더 큰 용기가 필요하고 자존감이 중요하다. 경제적 이익보다는 그저 예술이 좋아서 열심히 노력하는 예술인들을 세상이 따뜻한 눈으로 봐줄 때 더 좋은 작품들이 탄생하리라 본다.

사회가 예술의 중요성과 가치를 알아봐줄 때 예술인들은 더 신바람나게 창작활동에 매진 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러면 '까짓것 좋은 것 못 먹으면 어때! 이슬 먹고라도 힘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 이슬 먹고 맴맴.'

김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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