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2시 대구 달서구 성서공단 내 덕산산업. 180cm 너비의 천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한쪽에서는 짙은 청색의 천이 기계에서 흘러나왔다. 이곳은 다음달 열리는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니폼 원단을 생산했던 곳. 사무실 한곳에는 유니폼 원단을 개발에 사용했던 샘플들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최종수 대표는 "고급 원단을 만들어내느라 3개월 넘게 고생했었다"며 "하지만 지역의 대표 산업이 세계적인 대회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같은 날 오후 3시 서구 ㈜평화산업 봉재공장은 쉴새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달 초부터 생산을 시작한 육상선수권대회의 캐주얼 유니폼을 제 때 제작하기 위해 직원 모두가 총력 태세다. 조칠용 상무이사는 "4천800여 개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협력업체들까지 모두 동원했다"며 "이번 육상선수권대회를 통해 지역에서 유일하게 기능성 소재 의류를 생산하는 회사를 알릴 기회라는 판단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맞아 지역 섬유산업이 빛나고 있다. 대기업의 전유물이었던 세계대회 유니폼 제작을 국내에선 처음으로 지역 업체들이 담당하고 있는 것. 업계는 육상선수권대회가 지역 섬유산업의 성장을 세계에 알릴 기회로 보고 있다.
28일 대구시민운동장에서는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운영요원들이 착용하는 정장 및 캐주얼, 한복 등 각종 유니폼 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선보인 유니폼 중 정장류와 캐주얼 유니폼은 지역 섬유업체들이 제직에서부터 염색, 봉제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했다.
그간 2002 한일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 한국에서 열린 세계대회 유니폼 제작은 대기업의 전유물이었으나 대구시와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대구의 섬유패션 인프라를 활용해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니폼 제작을 착안했다. 이와 함께 지역 섬유업체들이 유니폼 제작에 적극 참여하면서 국내에선 처음으로 지역 중소기업이 유니폼 제작을 전담하고 있다.
섬유업계는 "섬유 산업이 발달한 대구이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유니폼 제작이 지역 섬유산업의 도약을 이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역 섬유업체가 유니폼 제작에 참여하면서 대구 특성에 맞는 기능성 소재 개발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덕산산업 측은 "정장류 유니폼 원단을 생산하면서 신축성과 쿨 기능을 가진 '사이로필' 소재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도전은 지역 섬유산업이 살아나면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등을 동시에 갖췄기에 가능했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측은 "대구 섬유산업은 제직에서부터 염색, 봉제 등 원스톱 시스템을 갖춰 예산 절감이나 납품 기일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고 밝혔다.
시와 섬유 업계는 이번 유니폼 제작을 통해 지역 섬유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릴 계획이다. 대구시는 "지역 중소 섬유업체들이 우수한 품질의 유니폼을 만든다는 소식에 아시안게임과 엑스포를 앞둔 인천과 여수에서도 제작 문의가 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 행사에 섬유업계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해 섬유 산업의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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