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입차 시장 쟁탈전, 대구경북은 '변방'

지난달 중순 기본 가격이 2억원을 호가하는 고급 수입차 브랜드들이 부산으로 몰려들었다. 서울 강남에 이어 부산에 매장 2호점을 내는가 하면 국내 첫 출시 행사를 부산'경남지역 VIP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등 부산 마케팅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국내에 서울 강남 신사동에서만 전시장을 열었던 한 브랜드는 선제 공세에 들어가 부산 판매를 담당할 신규 딜러를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중 사업자를 선정해 부산 지역 고객들이 코앞에서 차를 살 수 있도록 전시장을 연다는 것이다.

수입차 시장에서 대구경북이라는 시장은 어떻게 비칠까. 수입차 전시장이 들어서는 순서와 숫자를 비교해 보니 대구경북 시장은 서울, 부산, 경기 분당, 광주에 밀린 5번째 규모였다. 수입차 가격이 1대당 적게는 3천만원, 많게는 1억원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소득 규모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서다. '대구=국내 제3의 도시'라는 공식이 깨졌다는 논거가 하나 늘어난 셈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 입점해 있는 19개 수입차 브랜드 중 대구경북에 있는 브랜드는 13개. 각 브랜드당 1개씩 전시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서울 73개, 부산 21개, 경기 분당 20개, 광주 14개에 이은 5번째 규모였다. 대전, 인천과 숫자가 같았다. 뒤를 이어 경기 수원 8개, 경기 일산 7개 순이었다.

물론 최근 들어 다른 지역의 일본 브랜드 일부가 철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고, 대구에도 닛산 등 2개 이상 수입차 브랜드 전시장이 더 생긴다는 점을 감안하면 순위는 역전된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은 돈 있는 이들이 얼마나 몰려 있느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10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대구경북에서 2009년 기준 1억원 이상 종합소득세 신고를 한 자영업자는 1만631명. 전국 13만7천568명의 7.7% 수준이다. 서울의 경우 종합소득 5억원 이상인 사람만 1만 명이었다. 경제적 규모는 수도권이 압도적이다. 수도권에서 연봉 1억원 이상을 받는 직장인 숫자는 14만6천119명(전체 19만6천539명의 74.3%)이다. 대구경북은 9천774명(전국 대비 5%)이었다. 1억원 이상 버는 이들을 다 합쳐도 대구경북은 2만 명 수준이었다. 달구벌을 무대로 수입차 전시장들의 전쟁이 뒤늦게 펼쳐지는 이유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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