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원로 여류화가 오드리 플랙의 1974년 작 '샤넬'(Chanel)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갖게 마련인 '허영'을 주제로 한 정물화라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보석'화장품'거울 등 현대 여성들이 흔히 미적 추구를 위해 지니는 개인 소지품을 주제로 해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물질문명의 허구성과 인생의 허무함을 슬프게 풍자한 것이 특이하다.
그의 작품 성향은 여성 소지품을 배열하고 조합한 뒤 슬라이드로 사진을 찍고 그것을 다시 환등기를 이용해 캔버스 위에 투영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 뒤 실제 색상과 똑같이 에어브러쉬로 정교하게 채색하고 풍부한 색채감을 주어 마치 사진처럼 동일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그런 특이한 기법은 포토리얼리스트들이 주로 사용하는 채색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오드리 플랙은 1960년대 후반 순수한 극(極)사실주의 회화를 그린 최초의 작가다. 극사실주의는 팝 아트와는 달리 아주 억제된 것이어서 아무런 코멘트 없이 그 세계를 눈에 보이는 현상 그대로만 취급한다. 인물을 대상으로 한 작품의 경우, 감정이 배제된 채 기계적으로 확대된 화면의 효과는 매우 충격적이다. 육안으로는 알아낼 수 없는 추악함, 이를테면 모발에 가려진 점이나 미세한 흉터까지도 부각시켜 보통 그냥 지나쳐 버릴 수도 있는 현상이 보는 이로 하여금 잔혹한 인상을 받게 한다. 이처럼 일반적인 포토리얼리즘의 성격과는 달리 냉정한 거리를 두고 정서적이고 심리학적인 주제를 중심으로 표현하는 것이 플랙의 특장(特長)이다.
이미애 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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