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해커 1만명, 매월 500만달러 송금 추정

한국 온라인 시장이 북한 해커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있다. 사이버 머니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인터넷 판매 사이트 등을 통해 손쉽게 현금세탁이 가능하기 때문. 업계 관계자들은"2000년대 초반 3조원대였던 국내 게임 시장은 최근 7조원이 넘었다"며 "이중 온라인 게임이 80% 이상 점유하면서 사이버 머니 및 아이템 불법거래와 관련한 해외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 해커 한국 온라인 시장 침투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4일 북한 해커들과 짜고'리니지''던전앤파이터' 등 국내 온라인게임 서버를 해킹해 게임 아이템을 수집하는 불법 프로그램을 제작'배포한 혐의로 정모(43), 이모(40) 씨 등 5명을 구속하고 김모(37) 씨 등 9명은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 등은 중국 헤이룽장성과 랴오닝성에 아이템을 수집해 내다파는 온라인게임 아이템 작업장을 차려놓고 2009년 6월부터 최근까지 북한 컴퓨터 전문가 30여 명을 활용, 해킹을 했다는 것. 이들은 게임서버 포트에 악성코드를 삽입해 서버와 이용자 컴퓨터 사이에 오가는 패킷 정보의 암호를 무력화시켰다. 해커들은 김일성종합대와 김책공업대 등 명문대 출신으로 확인됐으며 이번 사건에는 최고 실력자로 손꼽히는 김책공대 출신 김이철(23) 등이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범죄조직은 중국 내 북한 무역업체들과 협의해 정상적인 협력사업처럼 위장해 이들을 불러들였다"며"불법적인 온라인 게임 아이템 거래 규모는 연간 1조원 이상이며 이중 8천억~9천억원이 북한에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게임업체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리니지 게임업체 엔씨소프트는 "경찰이 해킹수법이라고 제시한 오토프로그램은 게임 회사의 시스템이나 네트워크에 침투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기기, 장치로 분류된다"고 밝혔다.

◆대남 사이버공격 위한 교두보

해커들은 범죄조직으로부터 숙소와 생활비를 지원받아 5개월가량 중국에 머무르면서 리니지, 던전앤파이터, 아이온, 메이플스토리 등 게임별로 팀을 꾸려 오토프로그램을 만들고 프로그램 1개당 매달 2만원 안팎의 사용료를 받았다. 이 가운데 55%가 북한 해커들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번돈 가운데 매달 500달러를 북한 당국에 보냈다는 추측이다.

경찰은"북한이 컴퓨터 전문가를 동원해 해킹 등 다양한 사이버 범죄에 깊이 관여하면서 외화벌이를 하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해외에 나와 있는 북한 해커들의 숫자가 1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전체가 북한에 송금하는 돈은 월 5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해커들의 목적이 단순한 외화벌이가 아닌 대남 사이버 공격 기반을 다지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조선족 해커가 많다며 경찰의 '과잉 발표'라고 지적하고 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오토프로그램

온라인게임에 이용되는 자동사냥 프로그램. 이용자의 조작 없이도 캐릭터를 움직이게 해 아이템 등을 얻는 데 쓰인다. 다양한 보안벽으로 게임회사에서 이들 이용을 막고 있지만 오토 프로그램이 갈수록 진화돼 차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