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5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날아간 돈이 100조 원을 훌쩍 넘어선다. 우리 증시뿐만 아니라 미국과 EU는 물론 아시아 각국의 증시도 폭락했다. 의회의 협조로 미국 경제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전 세계가 안도하는 듯했으나 시장은 냉정했다.
미국 정부와 의회의 부채 한도 협상에 관심을 집중했던 투자자들은 협상 타결 내면을 더 주목한 것이다. 미국은 유동성 위기에 빠질 정도의 저금리여서 금리는 더 손댈 수 없는 상황. 그동안 재정지출로 근근이 버텨왔는데 이번 의회와의 협상 타결로 재정지출을 크게 줄여야 한다. 이것이 시장을 극히 비관적으로 보는 요인이 됐다.
미국의 금융시장 위기와 함께 유럽에서도 재정 위기가 다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면서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혼란에 빠졌다. 유로존의 3'4위 경제 대국인 이들 두 나라의 재정 위기는 유로존 전체를 흔들 수 있다. EU는 4천400억 유로(약 661조 원) 규모의 유럽재정안정기금으로 두 나라를 구제하기로 했지만 어림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리스에 대한 1'2차 구제금융 규모만 2천200억 유로. 스페인의 경제 규모는 지금까지 구제금융 대열에 합류한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 세 나라를 합친 것보다 2배 가까이 크다. 여기다 키프로스도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남유럽 전체가 '디폴트 지대'화할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경제에 더블딥(Double Dip)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블딥이란 짧은 경기 회복 뒤에 다시 찾아오는 불황, 즉 '이중 하강' 현상을 일컫는다. 경기는 불황과 호황을 순환하는 것이 정상인데 불황이 장기화되면 전 세계는 극심한 혼란에 빠진다. 우리나라처럼 자원 빈국이면서 무역에 의존하는 국가의 경우 더 심하다. 전 세계 수요 감축으로 기업 투자가 줄어들고, 덩달아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물가 불안까지 겹치면 민간 소비가 위축돼 우리 경기 회복은 요원해진다.
그렇다고 우리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금융'재정 정책 등으로 리드할 수 있는 입장도 못 된다. 막연히 지켜만 봐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지극히 안타깝다. 대기업은 비축 재원이라도 있지만 하루하루를 연명해야 하는 중소기업과 그 종사자들은 그저 미국과 유럽의 위기가 슬기롭게 극복되기를 바라만 볼 뿐이다.
최정암 동부지역본부장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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