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정태의 중국책 이야기] 중국의 동아시아 역사관과 한중일 관계

枉高鑫'程仁桃, 『東亞三國: 古代關係史』(北京: 北京工業大學

티격태격하는 동아시아의 모습이 정겹다. 이웃집 찾았다가 문전박대당하고 추방된 일본인, 그래도 한국산 김을 챙기는 것은 필수! 지진과 방사능 오염을 피해왔다고 솔직히 말했으면 손님대접 융숭하게 할 이웃에게 자존심 세우느라 제 쪽박만 깨고 갔다. 그나마 점잖은 이웃을 만나 다행이다. 만약 볼모로 잡혀 재롱거리가 되었으면 그 수모를 어찌 감당했던가. 넷을 줄줄이 엮어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홍보 미끼로 활용할 수도 있었고, 울릉도 가는 배에 태워 청룡열차처럼 흔들었으면 동해 고기들에게 일제 간식도 제공하게 했을 것이다. 게다가 울릉도까지 탐내는 그들의 속내를 폭로하여 군국주의 일본의 망령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온 세상에 공표할 수도 있었을 게다.

그러고 보면 대한민국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착하다. 긴 역사 동안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용서하고 참을 줄 안다. 내 것이 작다고 남의 것을 탐하거나 이웃을 범하지 않았다. 늘 겸손한 안분지족(安分知足)을 실천하고 모든 허물을 제 탓으로 하였다.

그러나 내 마음 같지 않은 것이 남인 모양이다. 남의 것을 제 것이라고 행패를 부리는 이웃도 있고, 내 집 자식을 자기 자식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이웃도 있다. '역사는 개별국가의 문제'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자국 교과서를 소설로 만든 일본이 전자의 경우이고, 역사를 뿌리째 가져가려는 중국이 후자의 경우이다. 왕까오신의 『동아삼국: 고대관계사』(북경:북경공업대학출판사, 2006)를 보면 일본 못지않게 역사를 주관대로 그려대는 중국인 부류를 접할 수 있다.

얼핏 보면 책의 집필명분은 분명하고 옳다. 동아시아의 주축국인 한국, 중국, 일본이 중심이 되어 동아시아공동체를 만들자는 게 핵심이다. 근대 이후 천시당했던 역사를 딛고 일어서기 위해 동아시아 삼국이 협력해야 한다는 취지이고, 고대부터 활발하게 이루어진 삼국교류를 논증의 자료로 삼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그 음흉함이 과거 일본이 주장하던 대동아공영권보다 한 수 위다. 한반도는 기씨(箕氏)조선에서 위씨(衛氏)조선, 그리고 한사군(漢四郡)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중국인들이 건립하고 통치한 것이라고 적었다. 일본 역시 선진(先秦) 시기부터 해상을 통해 유입된 중국의 유민들이 통치했고, 한무제 때는 왜왕에게 금인(金印)을 사사할 정도였다고 적었다. 한마디로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역사 전부는 중국의 역사라는 이야기다.

무례한 이웃들의 철없는 이야기를 소설로 치부해버리는 것도 좋지만 도가 지나친 농담은 한번쯤 따끔하게 훈계하는 것도 이웃의 도리다.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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