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외국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리는 매거진이 있다. 대구경북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상대로 지역의 각종 정보를 전해주는 'The daegu Compass'.
지난 4월 창간된 이 영문 가이드북은 매월 초 80여 쪽의 포켓북 형태로 만들어져 무료로 배포된다. 이 책자는 주로 대구에 거주하는 2천여 명의 초'중'고 원어민 교사, 학원의 영어강사, 주한미군 등에게 대구 생활의 '나침판'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이번 8월호는 '세계육상' 특집호로 꾸며져 전체 대회기간 동안의 경기 일정, 경보'마라톤 도심코스 소개, 경기장까지 대중교통편 등을 도표'사진과 더불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전의 발행호도 '세계육상'을 주요 콘텐츠로 다뤄 대회기간 대구에서 일어나는 축제, 행사 등을 알려 지역 외국인과 관광객들에게 대회를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사실 '대구 콤파스'(The Daegu Compass)가 영어 전용 매체로서 지역의 큰 국제행사를 외국인들에게 알리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운영진은 2년 전 세계육상 대회조직위가 꾸려지자 무턱대고 찾아가 "외국인을 위한 매체 홍보를 함께해 보자"고 제의했지만 반응이 없었다고. 그 뒤 몇 차례 시도에도 그때마다 조직위 전담 직원이 바뀌는 등 소득을 얻지 못했다. 결국 그들의 열성이 김범일 대구시장의 귀에 들어가게 됐고, 김 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외국인을 위한 대회 홍보'를 역설한 결과 조직위의 스폰서를 받게 됐다.
'대구 콤파스'는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웹(www.daegucompass.com)으로도 콘텐츠를 서비스하기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대구 육상' 관련 문의를 많이 받는다. "대구에 가면 우사인 볼트와 직접 만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느냐", 또 해외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와서 "소속 선수가 상당히 예민하기 때문에 경기장 인근 펜션을 구하고 싶다. 영어 가능한 기사와 차량을 마련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대구 콤파스'는 매달 5천 부가량 발행한다. 각급 학교 원어민교사, 호텔, 미군부대, 대학 국제교류원, 도심 레스토랑 등에 뿌려지고 구독을 원하는 개인 독자에게도 우편으로 발송한다. 특히 8월호는 기존의 배부처 외에 추가로 2천 부를 세계육상대회 종합안내소, 선수촌 아파트 휴게실 등에 비치한다.
'대구 콤파스'의 기사 제작 방침은 사소하지만 가장 필요한 정보를 철저하게 '외국인의 입장'에서 쓰는 것이다. 각종 문화 공연, 유명 축제, 스포츠, 여행, 도심 지도 등 지역 밀착형 기사를 제공하면서도 '유저'의 입장을 배려한다. 예를 들어 영화관 'CGV'를 찾아갈 때 택시기사에게 'CGB'로 발음하라고 일러준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진짜 'V' 발음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혼선을 준다고 설명을 붙인다.
Daegu Compass가 무료로 배부되는 만큼 어려운 점도 많다. 제작비 조달을 위해 운영진들이 작은 광고라도 유치하기 위해 힘겹게 뛰고 있다. 발행인 겸 마케팅을 담당하는 하미영(30'여) 씨는 "운영진 3명이 지금까지 월급 한 번 가져간 적이 없었다"며 "우선 매달 400여만원쯤 드는 인쇄비 걱정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PR 매니저인 이유리(29'여) 씨는 "주변의 외국인들이 대구 사람보다 더 대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면서 "내가 대구를 찾는 외국인들을 위해 대구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매체 발행을 하면서 열악한 재정상황을 겪는 하 씨와 이 씨는 영어 과외와 피아노 레슨을 하면서 생활비와 사무실 운영비 등을 조달하고 있다. 에디터와 디자인을 맡고 있는 스캇 맥러플린(30) 씨도 '자금 압박'을 받기는 마찬가지. 그는 주중에는 서울에서 대학강사 일을 하고, 금요일 대구로 내려와 월요일까지 잡지를 만드는 '열혈 가이(guy)'다.
영어에 관심이 많았고 주변 외국인 친구들의 어려운 '외국 생활'을 전해 듣다 보니 자연히 가이드 북을 만들게 됐다는 하 씨와 이 씨. 처음에 가볍게 시작한 일이 이제 세계 속의 대구를 알리는 '사명감'으로 변해 대학 졸업 후 계획한 미국 유학의 꿈도 접었다고 했다. 그들은 "누구라도 해야 하는 일 아닌가요? 우리가 하는 일을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Grab your Compass, We will show you the way."(콤파스를 잡으세요, 저희가 길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대구 콤파스의 슬로건이다. 구독문의:010-8592-5697.
이석수기자 sslee@msnet.co.kr
◆'Compass' 만드는 열혈 그들
▶하미영 씨=마케팅, 광고영업 등을 담당한다. 경북대 지질학과 졸업, 건축을 복수 전공. 유학 한번 가지 않고도 유창한 영어실력을 자랑한다. 졸업 후 전공을 살려 직접 가게 인테리어를 하고 일본식 선술집, 브런치 레스토랑을 경영하기도 했다.
▶스캇 맥러플린 씨=에디터로 북디자인, 광고 문안까지 감수한다. 세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계 청년이다. 미시건주립대 영화영상 전공. 대학 졸업 후 세계여행을 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했다고. 6년 전 친구가 원어민 교사로 있는 영천을 방문했다가, 가까운 대도시인 대구에 정착.
▶이유리 씨=매니징 에디터와 PR을 맡는다. 영남대 작곡과 출신. 대학 졸업 후 소극장에서 하우스 매니저 일을 하다가, 대학원에서 예술행정을 공부했다. 2008년도엔 하미영 씨와 함께 외국인들의 사진, 회화 등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그들의 네트워킹을 통해 무려 2천여 점의 작품을 모았다고.
▶수많은 자원봉사자들=15~20명 정도의 외국인 봉사자들이 자신의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기고를 한다. 그들의 취재를 돕거나 통역을 담당하는 한국인들도 다수 있다. 자원봉사에 관심 있는 사람은 volunteers@daegucompass.com으로 메일을 보내면 된다.
이석수기자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