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갯속 증시… 개미야, 기다려라

투자 원하면 간접투자 유리…낙폭 컸던 자동차株 사 볼 만

미 증시 폭락과 지난 주말 미 신용등급까지 강등되면서 '주식 시장'에 대형 쓰나미가 겹치고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사태 이후 가장 큰 악재로 등장한 미국발 금융 시장 불안은 또다시 개미 투자자들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주 외국인과 기관들의 매도 공세 속에 개미들만 유일하게 '사자' 행진에 나섰다. 개미들은 당연히 200포인트 넘게 하락한 증시 폭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사라진 38조원, 개미들 거꾸로 가는 투자

이달 2일부터 5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했던 주식 관련 자산 중 무려 38조원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직접 투자에서 개인은 더 많이 떨어지는 종목을 사서 손실을 키우고, 오르는 종목을 팔아 이익창출의 기회를 놓쳤다.

7일 한국거래소와 제로인에 따르면 2일부터 4일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직접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의 보유주식 시가총액이 32조6천96억원 감소하고 국내와 해외 공모주식형펀드에서 6조1천536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하는 등 개인들의 주식 관련 자산이 38조7천632억원 급감한 것으로 추산됐다.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이달 1일 기준 시가총액은 1천337조4천여억원이었으나 4일 뒤인 5일에는 1천199조6천94억원으로 급감했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코스피 시장에서 21.2%, 코스닥에서 57.9%인 점을 감안하면 개미는 코스피에서 27조2천596억원, 코스닥에서는 5조3천502억원의 돈을 잃은 것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172.31에서 1,943.75로, 코스닥은 544.39에서 495.55로, 각각 229포인트, 49포인트 급락했다.

올 초부터 이달 1일까지 직접투자에 나선 개미들의 증가한 시가총액 25조7천203억원이 나흘 만에 모두 사라진 셈이다.

한국거래소가 2일부터 5일까지 개인'기관'외국인의 순매수'순매도 상위 종목을 조사한 결과, 하락장에서 개인이 가장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됐다.

개인들이 나흘간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하락률은 15.03%로, 같은 기간 기관의 8.84%, 외국인의 12.09%보다 컸다. 개인은 이 기간 현대차, 삼성전자, KB금융, 삼성중공업, 현대모비스 등을 많이 샀다.

반면, 개인이 순매도한 상위 10개 종목은 3.70% 빠지는 데 그쳤다. 급락장에서 오히려 오른 롯데쇼핑이 개인 순매도 1위 종목이었고, 주가가 거의 내리지 않은 KT&G, 엔씨소프트도 순매도 상위 10개 종목에 들었다.

외국인과 기관이 순매도한 상위 10개 종목의 하락률은 이 기간 12.89%, 17.09%에 이른다.

결과적으로 개인은 급락장에서 더 많이 떨어지는 종목을 사서 손실을 키우고 비교적 선전한 종목을 팔아 손실을 줄일 기회를 놓쳤다.

개인들은 코스피시장에서 2~4일까지는 1조8천억원 넘게 주식을 순매수하다가 5일에는 5천722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 하락이 가장 거셌던 5일에 투매에 동참해 수익률을 더 악화시켰다.

특히 지난주 개미들의 미수 거래도 늘어 손실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일 기준으로 위탁매매 미수금은 전날보다 51.9% 급증한 2천834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 5월 3일(3천10억원)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올해 4위 기록이다.

미수거래는 투자자가 주식결제 대금이 부족할 때 증권사가 3거래일간 대금을 대신 지급해주는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주가 하락 폭이 워낙 커 미수거래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봤을 것"이라며 "손해액이 크면 자칫 깡통계좌를 찰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개미들의 투자 전략은

증권 전문가들의 투자 의견은 일단은 '기다림'이다.

대외 경제지표 등에 따라 금융시장이 출렁일 수 있고 드러나지 않은 변수가 많은 탓이다.

단기간 지수 급락으로 저가 매수를 노리는 투자자가 있지만 기습적으로 발표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미국 신용 등급 강등과 같이 글로벌 경제를 좌우할 변수가 많기 때문.

증권사 관계자들은 "경기둔화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미 대책 발표 이후인 9월 중순에나 경기둔화 전환을 기대해볼 수 있다"며 "1,900선이 무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당분간 사태를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특히 투자에 나서겠다면 펀드와 같은 간접투자가 유리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코스피가 최근 4거래일 동안 10.52%나 추락해 기술적 반등이 가능한 영역에 들어섰다고 하더라도 추세적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펀드는 최근 폭락장에서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평가사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는 지난 2일 하루 동안 1.73%의 수익을 거뒀다. 당일 코스피가 2.35%, 코스닥지수가 1.16% 각각 떨어졌는데도 오히려 성과를 냈다.

한편 다른 악재가 터질지 모르는 만큼 저가매수에 나서더라도 적당한 수익만 챙기면 과감히 팔아버리는 단기매매 전략을 써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저가매수의 관점으로 접근할 경우 낙폭이 상대적으로 컸던 대형주가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증권 홍순표 시장전략팀장은 "과거 경험을 볼 때 코스피보다 하락률이 컸던 종목이 반등 국면에서도 수익률이 높았다. 저가로 매수할 때는 자동차'화학'정유'건설 등 최근 낙폭이 컸던 종목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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