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파생상품'이 死地 내몰았다

대구시내 모 증권사 간부 S(48)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뒤에는 '대박'의 꿈을 좇는 파생금융상품이 있었다.

11일 지역 증권가에 따르면 S씨는 증권사 지점에서 직원 서너 명과 팀을 이뤄 양매도 전략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매도 전략은 주가지수가 큰 변동없이 흘러갈 때는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주가가 크게 떨어질 경우 손실이 무한대로 커지는 옵션 투자 방법.

실제 S씨는 숨지기 전날인 9일 오후 아내에게 "투자하던 옵션 상품이 만기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주가가 폭락해 큰 손실을 봤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금액은 알 수 없지만 최소 1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S씨를 죽음으로 내몬 양매도 전략은 매달 옵션 만기일까지 코스피 200지수가 콜옵션과 풋옵션 가격대 안에서 움직이면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주가변동성이 크지 않을 때는 쉽게 이익을 챙길 수 있다. 환율의 상'하한선을 정해두고 그 범위 내에서 지정환율로 외환거래를 하는 키코(KIKO) 상품과 비슷하다.

문제는 최근 주식시장처럼 갑작스런 주가 폭락 시에는 손실이 무한대로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S씨를 잘 아는 지역 한 증권사 관계자는 "S씨는 올 초 일본 대지진으로 손해를 많이 본 상황에서 최근 미국발 주가 폭락 탓에 더 큰 손실을 입은 것 같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부분 증권사에서는 관리 고객 계좌의 주식 현물을 담보로 옵션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S씨도 갑작스런 폭락장에 관리 고객 계좌가 '깡통'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대구시내 한 증권사 지점장은 "증권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했을 경우 미수금이 발생하면 증권사는 부족한 돈을 채우기 위해 주식을 임의로 처분하는 반대매매를 한다"며 "순식간에 주식은 사라지고 갚아야할 빚만 수십억원이 되는 사태가 벌어진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한 간부는 "이번 폭락장에서 양매도 전략으로 투자하다 수억원의 손실을 낸 지역의 증권사 직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양매도 전략은 대다수 증권회사에서 흔하게 쓰는 투자 전략인데 이번에 주가 하락폭이 너무 커 후유증이 심각한 상태"라고 털어놨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양매도 전략이란 =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도하는 옵션 투자 전략이다. 콜옵션은 일정한 기간 내에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기초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 풋옵션은 반대로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옵션 매도자는 옵션 판매 대가인 프리미엄을 받는다. 콜옵션 매도는 주식시장 가격이 내려갈 경우, 풋옵션 매도는 가격이 상승할 경우 프리미엄 이익을 올릴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손실이 무한대로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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