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문화유산' 되고도 세계인 눈높이 아직 못 따라가나

민박집 불상사…하회마을 관광 긴급 점검

하회별신굿탈놀이 \\
하회별신굿탈놀이 \\'백정\\' 연기자가 소 생식기 모형을 팔고 있다.

안동 하회마을 민박집 주인의 외국인 여성 성추행(본지 12일자 4면 보도)과 관련, 안동지역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민들은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후 국내외 관광객이 급증하는 시기에 '국제적 망신'을 사게 된 만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번 기회에 국내외 관광객을 위해 획기적인 서비스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민박과 탈춤 공연에서 관광객에게 즐거움을 주기보다는 일회적인 이익만 추구하는 모습은 지양돼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문화유산에 걸맞은 손님 접대

주말마다 열리는 안동의 한 탈춤공연장. 하회별신굿탈놀이 중에 갑자기 '백정' 연기자가 관광객들에게 소의 생식기 모형을 들이밀며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백정'은 관광객들에게 남자 정력에 좋다는 우스갯소리를 섞어가며 결국 한 남성에게 이를 팔았다.

이 관람객은 "먹지도 못할 것을 여러 사람이 지켜보고 있어 어쩔 수 없이 만원짜리를 건넸지만 강제로 뺏기는 기분이 들어 불쾌했다"며 "관광객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공연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옥체험을 하기 위해 고택이나 민박집을 찾는 관광객들도 부실한 서비스에 기분을 망친 사례가 적지 않다. 고택이나 민박의 화장실, 세면시설이 엉망이라 한번 오고 나면 다시 찾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다. 대구에서 온 한 관광객은 "모든 민박이 그렇지 않겠지만, 주인이 너무 돈 벌기에 집착해 기분이 나빴다"며 "아이들과 함께 하룻밤을 지내며 안동 인심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안동 하회마을이 지난해 8월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숙박, 음식, 교통 등 서비스는 많이 부족하다.

여행사 한 관계자는 "한식 위주의 식당만 있을 뿐 외국인을 위한 식당 하나 없는 것이 세계문화유산 하회마을의 현실"이라며 "호텔이 없더라도 민박이나 고택에서도 외국어 예약 시스템이 가능해야 한다. 대중교통의 외국어 서비스도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하회마을 주차장에서부터 마을 입구까지 오가는 셔틀버스는 요금을 받는 바람에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일부 관광객은 셔틀버스를 타지 않고 1㎞ 떨어진 마을까지 도로변 인도를 따라 걸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상일(52'대구 동구) 씨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관광지에 특색 없는 시내버스를 셔틀버스라고 갖다 놓고 요금 1천원을 받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LED를 통해 하회마을 소개도 할 수 있는 전용셔틀버스로 대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광객 늘어났지만 시설은 미비

하회마을은 국내외 관광객 수가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숙박시설의 수가 적고 내부시설도 미흡한 상태다.

현재 안동시가 허가한 하회마을 내 고택 및 숙박업체는 모두 28곳. 이외 37개 민박업체는 사실상 허가관청이 없어 관리'감독할 책임부서나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사전교육이 전무한 실정이다.

주민 권학문(52) 씨는 "고택을 제외한 민박의 경우 특별한 허가 없이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다"며 "관련법 제정과 함께 문화재 내 민박영업을 관리'감독하고 외국인 접대 에티켓을 교육하는 관계기관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들어 하회마을 내 고택체험을 할 수 있는 숙소는 예약이 꽉 차 있는 상태다. 방문객들의 평균 관람시간이 2배 이상 늘어난데다 여름 휴가철까지 겹쳤기 때문. 하지만 하회마을은 원형 보존을 위해 사유재산임에도 증'개축을 일절 못하게 돼 있어 늘어나는 국내외 관광객을 다 소화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관광객 김성한(72'서울) 씨 "하회별신굿탈놀이를 구경한 뒤 부용대에 올라가면 마을을 더 잘 볼 수 있을 것 같아 배를 타고 갔다왔는데 날이 어두워졌다"며 "하회마을을 제대로 보려면 1박을 해야 하는데 미처 고택 예약을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하회마을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하회마을은 인터넷으로 문의하거나 예약하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지만 무분별한 개발이나 개방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소중한 문화유산도 보존하고 관광 수입도 증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하회마을에는 2009년 78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왔으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후인 2010년 108만 명, 올해 62만 명이 방문했다.

안동'권오석기자 stone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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