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벽화마을] 벽-문화를 입다

마주하고 서면 '생기 발랄 이야기'가 말을 건넨다

전국이 벽화 붐이다. 나무를 심고, 텃밭을 가꾸듯이 허름한 공간이 벽화로 채워진다. 벽화 그리기는 유치원생부터 80대 동네 어르신까지 동참한다. 그 순간 무관심했던 공간이 아름다움으로 거듭난다. 도시도, 시골도 화려한 색깔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벽화마을은 통영 동피랑마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 칠곡 약목면 남계리, 대구염색산업단지 등 그 수가 늘고 있다. 벽화는 요술쟁이다.

◆전국의 유명한 벽화마을

요즘은 동네 계단과 건물 벽뿐 아니라 공사현장의 담장에도 그림이 등장한다. 덕분에 위험하고 시끄러운 공사장의 이미지가 친근한 삶의 현장으로 바뀐다. 처음엔 무관심하던 주민도 직접 붓을 들고 참여하는 등 벽화에 대한 시선도 바뀌고 있다.

전국적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벽화마을은 대구 방천시장 김광석 골목, 담벼락이 그림 액자로 변신한 경주 읍천항 벽화마을, 경기도 군포시 '할머니 벽화' 등 수백 곳이 넘는다. 벽화마을은 생기가 넘친다.

◆대구 방천시장-'김광석 다시 그리기'길

대구 출신 가수 고 김광석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1980년대 '거리에서'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 '사랑했지만' 등 단 몇 장의 명곡 앨범을 남긴 채 귀천했다. 그는 애잔하고 서정적인 노랫말과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한국 모던포크의 계승자로 주목받았다.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를 펼쳐 나가던 중 1996년 1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를 추모하고 그리워할 수 있는 명소가 지난해 말 대구에 만들어져 전국에서 팬들이 찾아오는 명소로 정착했다.

수십 년 동안 버려져 있던 방천 둑길이 이야기가 있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전국에서 팬들이 몰려온다. 그리고 다 함께 노래하고, 그와 대화를 나눈다. 쇠잔해가던 방천시장은 젊음의 온기로 새롭게 비상하고 있다. 우리가 그를 찾으니, 그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모두가 함께 만든 길=방천시장 동편 신천대로 둑길 입구에는 다리를 비스듬히 꼬고 앉아서 기타를 치고 있는 김광석 조각상이 있다. 마치 살아 있는 듯한 모습이라 눈길을 끈다. 여기서부터 김광석 골목은 100여m 남짓하게 이어진다. 벽에 그려진 아름다운 그림들과 조형물들은 한결같이 김광석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김광석의 얼굴과 노래 가사 등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들이 이어진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예술과 전통시장이 만나 탄생했다. 방천시장 상인대표와 예술가상인이 함께 만든 걸작품이다. 손영복 예술감독은 "무엇보다도 이 길은 시민참여의 길이라는 생각으로 '김광석'이라는 주제 하나만으로 '이야기가 있는 벽'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진행했다"고 밝힌다.

총괄기획자 이창원 씨는 "음악, 문학, 감성, 이성적으로 김광석이 남긴 유산은 값지다"며 "그가 기타 하나 목소리 하나에 혼을 담아 생명을 불어넣었듯이 김광석의 슬픈 목소리를 그리워하며 그의 환한 웃음을 그려보겠노라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눈길 끄는 작품들=왜? 김광석인가. 그는 1964년 1월 대구시 중구 대봉동에서 태어났다. '대봉동 출생, 가수 김광석'이란 명제에서 시작됐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의 작품탄생은 방천시장 옆 공방에서 일하는 예술가들의 솜씨다. 이곳에는 20여 팀의 예술가상인이 입주해 다양한 작품세계를 펼치고 있다. 대구시 중구청 이혜영 문화예술 담당은 "이 길은 수성교~대봉교 둑길을 잇는 더 큰 길로 확산해 앞으로 대구지역을 대표하는 문화 로드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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