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근 농협 서울본부장(55)은 요즘 한국농업의 미래에 대한 구상으로 바쁘다. 초고령화사회로 치닫고 있는 한국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부여하고 있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한국의 미래 농업인으로 육성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고령화되면서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우리 농촌을 다문화 가정들이 대체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우리 농촌이나 다문화가정이 어떤 어려움에 처할지 모릅니다. 이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미래의 농업인으로 키우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자 합니다."
우선 그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보육을 위해 분유를 보내고 농업장학금을 보내는 방안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들이 우리 농촌에 잘 정착해서 농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김 본부장의 구상은 현재진행형이 아니라 미래형이다. 당장 농협이 직접 나서거나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평생을 농촌과 농협에서만 살아온 외길인생 김 본부장이 조만간 추진하겠다는 구상의 일환이다.
"온 젊음을 농협에 바쳤어요. 우리 농민과 농촌에 새로운 희망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었고 거기에 작은 밀알이라도 되면 좋겠다는 사명감이 있어서 농협에 들어간 것입니다."
김 본부장은 1973년 고교를 졸업하면서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농협을 선택했다. 당시 그 학교에서는 서울대만 150명씩 합격시키던 때라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던 그가 대학진학을 포기한 것은 집안사정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는 그에 대해 "예비고사를 치르고 본고사 준비에 나서려고 하는데 (농협)합격통지가 와서 수습교육을 받으러 갔을 뿐"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그가 입사할 때만해도 농협은 상당히 힘든 시기였다. 이와 동 단위로 분화돼 있던 농협을 읍'면 단위로 합병할 때였고 조합원들을 상대로 벼 한 가마니 출자운동을 벌일 정도로 자본이 열악할 때였다. 또 상호금융제도를 만들어 농촌에 성행하던 고리채를 없애고 영농자금을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한편, 비료와 농약을 외상으로 주고 수확 후 갚도록 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다.
그러나 이제 농협은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농협법 개정으로 경제분야와 신용분야의 분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연말까지 그는 중앙회에서 총무부장으로 농협법 개정작업을 실무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던 터라 농협의 미래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청사진을 갖고 있다.
농협은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김 본부장은 "5'16 군사혁명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농촌을 살리는 방안의 하나로 농업은행과 농협을 합쳐 지금의 농협을 만들었습니다"라면서 "농협법 개정은 농협이 새로운 전기를 맞는 전환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진단했다. 그가 농협에 몸담은 지는 올해로 39년째. 2005년까지 대구경북지부에서 경제와 금융 총무기획 등 각 분야를 두루 섭렵한 그는 중앙회 본부로 상경, 창동 물류센터장과 하나로마트 분사장 등을 거치면서 유통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이때 농산물 직거래 시스템 등 새로운 유통시스템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세계 유통의 트렌드는 ▷유기농과 ▷뷰티 ▷웰빙의 세 가지입니다. 앞으로 모든 것이 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데 우리 농업도 여기에 맞춰서 성장발전전략을 짜야 합니다."
올 1월 서울지역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도시형 농협의 개혁에 대한 새로운 실험에 나서고 있다. 서울지역본부는 회원조합수가 19개에 불과한 반면 지점이 절대다수인 곳이다. 유통과 금융이 중심인 소비지 농협이다. 그는 농협의 경쟁력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경제와 신용분야를 어떻게 분리해서 발전시킬 수 있느냐에 따라 한국 농업의 미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고졸사원으로 입사했지만 그는 몇 년 후 방송통신대를 졸업, 학사학위를 취득했고 경북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까지 땄다. 물론 농협에서 승진하는 데 학력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농협은 학력에 대한 차별이 없는 곳이었습니다"며 " 스스로 그런 조직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승진의 비결을 묻자 "묵묵히 최선을 다했을 뿐이고 다만 주위분들이 좋게 봐주고 많이 도와줬기 때문"이라며 겸손해했다.
김 본부장의 고향은 의성이지만 초중고를 대구에서 다녔다. 신천초교, 경북중고를 나왔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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