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대구스타디움은 지역 대학생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시상 도우미들의 연습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지금부터 여자 200m 경기 시상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오자 시상대 주변은 순간 긴장감이 돌았다. 에스코트 봉사자가 미소 지으며 앞으로 손을 내밀자 메달의 주인들이 뒤를 따랐다. 선수들의 뒤를 따라 또 다른 에스코트와 메달 운반요원 3명이 사뿐사뿐 걸어 나왔다. 시상대 양옆에 멈춰선 도우미들은 시상자의 동선에 따라 조심스럽게 움직이면서도 얼굴에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메달 수여가 끝나고 국가 연주가 시작될 때도 한몸인 듯 국기를 향해 몸을 돌렸다. 시상식에 걸린 시간은 10분 남짓. 시상 대기실로 들어온 뒤에야 도우미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전 세계 시청자들이 가장 자주 만날 한국인은 '시상 도우미'들이다. 많게는 51차례나 80억 명이 지켜보는 TV 중계방송 화면에 얼굴을 비추기 때문이다. 워낙 자주 노출되다 보니 시청자들의 관심도 한몸에 받는다. 지난해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선수들만큼이나 주목받았던 이들도 360명의 미모의 시상 도우미였다.
이번 대회에서 맵시 나는 한복을 입고 대구와 한국의 아름다움을 뽐낼 이들은 지역의 대학생 자원봉사자 13명이다. 시상 도우미는 에스코트 3명과 메달 운반요원 10명 등 13명으로 구성된다. 에스코트 3명은 51차례나 되는 시상식에 모두 참석하고, 메달 운반요원들은 3개조로 나뉘어 시상식마다 교대로 투입된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만큼 연습도 맹렬하다. 대경대 모델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메달 운반요원들은 올 3월 명단을 확정한 뒤 4월 대구국제마라톤대회와 5월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에 실전 투입됐다. 에스코트들은 6월부터 매주 2, 3차례씩 워킹과 자세 교정, 영어 표현 등을 연습했고, 대회 6일 전부터 매일 8시간씩 실전 연습을 하고 있다. 다시 못 할 경험이기에 부담감도 크다.
"한국인 중에서는 가장 자주 TV에 얼굴을 비치는 거잖아요.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하겠어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어요." 에스코트 허수진(25'영남대 영문학과) 씨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에스코트 류혜지(23'경북대 전자공학과) 씨는 "손동작이나 워킹, 예절 등도 신경이 쓰이고, 시상식 내내 미소를 짓고 있어야 하는 점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예비 모델들인 메달 운반요원들도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메달을 옮길 트레이의 높이도 똑같이 맞춰야 하고, 긴 한복 치마에 발이 걸릴까 노심초사한다는 것. 서로 간의 호흡도 중요하다. 국가 연주를 위해 몸을 국기를 향해 돌릴 때 모두 한몸처럼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호흡을 맞추기 위해 약속한 신호도 있다. 김태현(20'여) 씨는 "얼굴은 계속 웃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말을 할 수 없잖아요. 두 손은 트레이를 들고 있으니 움직일 수도 없고요. 그래서 복화술처럼 웃는 상태에서 중간에 있는 사람이 '잉!'이라고 신호를 해요"라고 수줍게 웃었다.
이들의 가장 큰 목표는 실수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대회와 긴장감을 즐기고 싶다고 도우미들은 얘기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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