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직토크(40)] 고전음악과 재즈의 이상적 만남, '테이크 파이브'

악기상가의 기타 코너 담당자들은 레드 제플린의 '스테어웨이 투 헤븐'만 들으면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미국의 경우지만 아예 '스테어웨이 투 헤븐은 연주할 수 없다'(No Stairway To Heaven)라고 써 놓은 곳도 있다. 록 역사상 가장 유명한 명곡을 연주할 수 없는 이유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기타만 잡으면 그 곡을 연주하기 때문이다. 재즈계에도 비슷한 곡이 있다. 재즈카페나 클럽 같은 곳에서 이 곡을 신청하면 결코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한다. 역시 재즈 역사상 가장 유명한 명곡이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신청을 하기 때문인데 바로 '데이브 브루벡 콰르텟'(Dave Brubeck Quartet)의 '테이크 파이브'(Take Five)다.

테이크 파이브는 데이브 브루벡 콰르텟의 걸작 앨범 '타임 아웃'(Time Out)에 담긴 곡이다. 원래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했던 데이브 브루벡은 재즈계에 입문하면서 재즈에 클래식적인 요소를 적용하는데 관심이 많았다. 특히 프랑스 출신의 현대음악가 다리위스 미요(Darius Milhaud)의 제자이기도 한 그는 다리위스 미요가 제창한 변박 이론의 추종자였다. 또 군복무를 마친 후 만난 스승 아르놀트 쇤베르크의 영향으로 현대음악을 재즈에 적극 수용하는데 주력한다.

1950년대 후반 알토색소폰 연주자 폴 데스몬드(Paul Desmond)와 함께 8명으로 구성된 '데이브 브루벡 옥텟'(Dave Brubeck Octet)을 결성한 데이브 브루벡은 스승들의 음악적 영향과 당시 유행하던 쿨재즈 기법을 융합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다. 쿨재즈의 단조로움을 현대음악의 실험성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이다.

앨범은 당시까지 시도되지 않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대중적으로는 실패를 맛봐야했다. 하지만 그 실패를 바탕으로 탄생된 '타임 아웃' 앨범은 재즈 역사상 가장 복잡한 박자를 가지면서 가장 보편적으로 들을 수 있는 앨범이 된다. '4분의 5박자로 연주하자'(Take Five)라는 곡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보편적이고 단조로운 리듬을 벗어났음을 선언하지만 대중들은 일절 거부감을 느낄 수 없게 된다. 오히려 앨범의 수록곡들은 복잡함을 인식할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운 연주로 가득하다.

재즈 역사상 가장 유명한 곡의 탄생은 클래식과의 융합을 고민한 결과였다. 하지만 단순한 융합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를 위한 융합을 고민했기 때문에 걸작이 탄생할 수 있었다. 비록 피아니스트로서 데이브 브루벡이 거장 반열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재즈가 있는 어느 곳, 어떤 시간에도 '테이크 파이브'가 연주되고 있다는 점은 누구도 이루지 못한 업적이다.

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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