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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의 또 다른 주역 섀도 아티스트] 8)이동수 무대감독·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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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 사인과 함께 무대 총지휘, 단 1초도 긴장 못늦춰

이동수 무대감독
이동수 무대감독'기획자는 무대감독은 컴퓨터처럼 공연을 효율적으로 잘 배열하는 역할을 하는 무대 뒤의 '컨트롤 타워'라고 설명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객석에서는 알 수 없지만 무대 뒤에 있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는 친숙한 목소리가 있다. "공연 5분 전입니다" "스탠바이" "큐" "객석 아웃" "오프닝 뮤직 큐"에 이어 무대 막이 내릴 때 "수고했습니다"까지…. 끊임없이 '콜'을 해대는 이가 있다. 바로 무대감독이라는 직업의 사람들이다.

이동수(43) 무대감독'기획자는 무대감독이라는 표현이 왠지 쑥스럽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대구연극협회 사무처장을 맡으면서 수시로 무대감독에 연출과 기획, 배우 역할까지 하는 실질적인 멀티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에서 그만한 무대감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지금까지 50여 편의 공연에서 무대감독을 했을 만큼 베테랑이다.

그는 극단 '객석과 무대' 배우 생활로 공연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무대감독으로 본격적으로 활약한 것은 10년 전부터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무대감독이란 분야가 정립되지 않아 알음알음 그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 "1990년대 후반이 되면서 공연 분야에도 직업이 점차 세분화되면서 서울 등지에서는 무대감독이란 직업이 빛을 보기 시작했죠. 하지만 지역에서는 그런 세분화 속도가 너무 느려 무대감독이란 전문 인력 자체가 여전히 부족해요. 스태프 가운데 가장 취약한 분야 중 하나가 무대감독이죠."

그러나 무대감독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공연 전후로는 감독이 총책임자지만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감독이 총지휘자가 된다. 공연 때만큼은 예술감독도 무대감독에게 전권을 위임하는 편이다. "공연을 창조하는 것이 배우라면 무대감독은 컴퓨터처럼 공연을 효율적으로 잘 배열하는 역할을 하죠. 막이 내릴 때까지 무대 전체를 통제하고 사고 없이 잘 운영하는 것이죠."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다 보니 대형 행사에는 무대감독이 총감독을 맡는 경우가 많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대구에서 월드컵 행사를 진행했는데 서울의 한 유명한 무대감독이 총감독을 맡기도 했다.

역할이 큰 만큼 압박감도 상당하다. "배우는 본인 역할만 충실하면 되지만 무대감독은 공연의 전체적인 흐름을 꿰고 있어야 하죠. 오히려 배우보다 대본을 더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대본을 통째로 외우려고 애쓰죠." 인터컴을 차고 수시로 콜을 하면서 무대에서 눈을 떼지 않는 직업이다 보니 공연 중에는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한다. 그는 이런 긴장감 때문에 대본을 공연 끝날 때까지 꽉 쥐는 버릇이 생겼다고 한다.

무대감독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크고 작은 해프닝이 생기게 마련이다.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식은땀이 절로 나고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한 번은 배우가 등장해야 하는 장면인데 등장을 안 하는 거예요. 다행히 무대에 있던 상대 배우가 애드리브로 그 상황을 끌고 가더라고요. 그때 등장 예정인 배우 위치의 조명을 살짝 끄거나 다양한 무대 메커니즘을 동원해 원활하게 넘어간 적이 있어요." 3년 전쯤 오페라 '성 프란체스코' 무대를 담당했을 때는 사고가 있었다. 막과 막 사이에 갑자기 와이어가 끊어지는 바람에 무대 세트가 무너진 적이 있다. 급히 인터미션(휴식 시간)을 걸고 무대를 정리해 공연을 계속한 경험이 있는 것. 이 때문에 무대감독은 임기응변력과 순발력이 필수다. 해프닝이나 사고가 났을 때 당황해 머뭇거리면 공연을 망치기 때문.

그는 무대감독에 대한 이해 부족과 업무 분담의 애매함으로 지역에서 아직 무대감독이라는 영역이 발전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의 바람은 오직 하나다. 앞으로 무대감독도 전문성을 인정받고 대우받는 시대가 빨리 오는 것이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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