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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권력 행사는 당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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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건설 부지에서 공사를 방해한 혐의로 마을 회장과 주민 반대단체 회원 등을 연행하려던 경찰이 시위대에 억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장 입구를 봉쇄한 시위대에 막힌 경찰은 '연행자 조사 후 석방' '현장 체증 내용 무효화' 등 이해 못할 약속을 하고 7시간 만에 빠져나왔다. 경찰서장은 시위대가 던진 김밥에 뒤통수를 맞기도 했다. 찬반이 엇갈리는 국책 사업에 반대 시위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불법행위에 무기력한데다 해서는 안 될 약속을 하는 공권력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다.

경찰이 시위대에 한 "조사 후에 풀어 주겠다"는 약속은 경찰의 기능을 스스로 포기한 것과 다르지 않다. 조사 후 혐의 사실이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당연히 풀어줘야 한다. 그러나 조사도 하기 전에 언제 석방하겠다고 약속부터 한 처사는 이해할 수 없다. 조사도 하기 전에 석방부터 운운할 것이면 애초 연행할 필요도 없다. 사건을 지휘한 검찰이 공무 집행 방해 행위가 심각한 혐의자의 석방을 시위대와 합의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구속영장을 신청토록 한 것은 당연하다.

석방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을 안 주민들이 경찰서로 몰려가자 경찰은 또 황당한 모습을 보였다. 경찰서 문을 닫아걸고 안에서 경비를 섰다. 경찰 차량과 민원인 출입까지 봉쇄됐다. 시위대의 위세에 눌려 대문을 닫아걸고 숨은 공권력의 초라한 현실은 황당하고 실망스럽다. 경찰의 공권력 집행은 당당해야 한다.

현재 해군은 공사 부지에서 점거 시위를 벌이는 기지 건설 반대파들을 겨냥, 법원에 해군기지 공사 현장 접근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해 둔 상태다. 조만간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해군기지 건설은 찬반이 극명하게 갈린다. 대립과 갈등은 대화와 설득으로 풀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불법행위를 그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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