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 성조숙증

최근 들어 '성조숙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주위 사람 이야기를 듣거나 매스컴을 통해 간간이 듣는 소식으로 '혹시 우리 아이가 성조숙증이 아닐까?'라며 불안해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06~2010년) '성조숙증'진료인원은 2006년 6천400명에서 2010년 2만8천 명으로 5년간 약 4.4배 증가했다. 전체 진료비도 2006년 23억원에서 2010년 179억원으로 5년간 7.8배 늘었다.

◆성조숙증, 여아가 남아보다 훨씬 많아

성조숙증은 의학적으로 여아의 경우 8세 이전에 유방 발달이 시작되는 경우, 남아의 경우 9세 이전에 고환의 증가가 시작되는 경우를 말한다. 성조숙증이 있는 아이는 증가된 성선 스테로이드 호르몬 탓에 또래 아이들보다 이른 시기에 키가 커지고 몸무게가 늘어난다. 그 결과 뼈 나이가 자기 나이에 비해 빨리 증가해 성장판이 빨리 닫히며 결국 어른이 됐을 때 키가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기질적인 원인을 발견할 수 없는 '특발성 성조숙증'이 가장 흔하다. 그러나 중추 신경계 종양, 뇌의 선천성 기형, 수두증, 뇌염, 뇌종양, 결핵성 뇌막염 등 중추 신경계 이상과 갑상선 기능 저하증 등 다른 질병 탓에 2차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대개 성선 스테로이드 호르몬 탓에 생기는 성조숙증은 여아가 남아보다 5배 정도 더 많이 발생한다. 여아의 경우, 원인이 뚜렷하지 않는 특발성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남아의 경우, 특발성과 중추신경계 이상이 비슷한 빈도로 나타난다. 따라서 남아에게 성조숙증 증상이 나타난다면 뇌 MRI 등을 포함한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성조숙증이 의심되면 성장 전문의사를 찾아 ▷발병 시기, 진행속도, 과거의 감염, 성선 스테로이드 노출 유무 및 투여 여부, 가족력, 성장속도나 성장이 급속도로 증가된 시점 등에 대한 자세한 병력청취와 ▷키와 몸무게 측정, 성적 성숙도 및 2차 성징의 출현 정도 등을 평가하는 진찰 ▷뼈 나이를 측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성장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성호르몬과 성선자극호르몬에 대한 혈액 정밀검사 및 필요시에는 뇌 MRI와 복부 초음파 검사 등을 시행하게 된다.

◆성장판 닫히면 치료 효과 거의 없어

호르몬 이상으로 인한 성조숙증으로 진단되면 4주에 한 번씩 주사제를 통해 사춘기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이후 여아의 경우 가슴이 약간 작아지고 월경이 없어지기도 하며, 남아는 고환의 크기가 감소하고 치료 기간 중 2차 성징이 사라지거나 사춘기가 더이상 빨리 진행되지 않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치료 기간은 보통 정상적인 사춘기 시작 연령까지 이뤄진다. 보통 2, 3년 정도 필요하다. 치료 후에도 키 성장 속도가 정상보다 떨어지는 경우 성장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면 도움이 된다.

실제로 성조숙증으로 진단돼도 일부 부모들은 불임 등 부작용을 걱정해 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있다. 효성아동병원 최정연 원장은 "사춘기 지연제는 1981년 첫 사용 이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매년 5천 명 이상에게 사용된다"며 "사춘기 지연제의 사용이 골밀도를 감소시키거나 수정 및 임신 능력에 영향을 준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다만 사춘기를 지연시키면 성호르몬 분비가 억제되면서 사춘기에 의한 성장 호르몬 증가도 억제시키므로 성장 속도가 감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단지 속도의 감소일 뿐이다.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사춘기 지연 치료법은 성장판이 닫힌 뒤에는 치료 효과가 거의 없기 때문에 치료 시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춘기가 오는 시기는 유전적 요인이 70~80%이며 나머지 20~30%는 환경적 요인이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환경적 요인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사춘기가 빨랐던 부모라면 아이가 평소 운동으로 날씬한 체형을 유지하게 하고, 인스턴트 식품의 섭취를 줄여 유해 호르몬의 영향으로 키가 덜 자라는 것을 막아야 한다.

아울러 아이의 키나 체중이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하는지 점검하면서, 여아에서는 유방 발달, 남아에서는 고환의 크기 증가를 주의 깊게 관찰해 사춘기 징후가 조기에 발견되면 성장 전문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효성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정연 원장

성조숙증 막는 생활 습관

1) 규칙적인 운동으로 체지방량이 지나치게 많지 않도록 한다. 지방세포가 늘어나 체지방이 쌓이면 지방세포에서 여성 호르몬과 렙틴이라는 물질이 생성돼 사춘기 시작 신호를 증가시켜 사춘기가 빨리 오게 된다.

2) TV 등을 통해 너무 일찍, 너무 자주 성적 자극에 노출되면 뇌의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주어 사춘기가 당겨질 수 있다. 성적 자극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아이가 장기적으로 복용하는 약이 있다면 이 중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돼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4) 일회용 스티로폼 용기나 종이컵 등에서 유출된 환경 호르몬이 여성 호르몬처럼 작용할 수 있으므로 환경 호르몬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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