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0m 부정출발 실격 볼트 "금요일에 보자"

대회 최대이변 '충격'…금요일 200m 명예회복 관심

우사인 볼트가 부정 출발로 실격을 당하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괴로워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우사인 볼트가 부정 출발로 실격을 당하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괴로워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28일 열린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에서 대회 최대의 이변이 발생했다. 세계 최고의 스프린터이자 올림픽'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메이저대회에서 3연속 3관왕을 노리던 '슈퍼 스타'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어이없는 부정 출발로 실격, 뛰어보지도 못하고 트랙에서 물러난 것. 볼트의 부정 출발 직후 볼트만큼이나 아쉬워하는 관중의 탄성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볼트는 이날 남자 100m 결선 출발에 앞서 방송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자 양손으로 오른쪽과 왼쪽의 경쟁자를 가리키는 등 한껏 여유를 부렸다. 트랙에서 몸을 풀 때도 카메라가 다가오자 양옆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눈을 굴리고 고개를 젓는 등 특유의 장난기를 발동시켰다. 또 머리와 수염을 쓰다듬고 수염을 깎는 듯 화려한 퍼포먼스까지 보이며 여느 대회 때와 마찬가지로 한껏 여유를 부렸다.

그러나 정작 출발선에 들어선 뒤에는 긴장을 제어하지 못했다. 출발 총성이 울리기도 전에 몸을 좌우로 크게 흔들며 스타트 블록을 박차고 나가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누가 봐도 완전한 부정 출발임을 알 정도로 빠르고 큰 동작이었다. 부정 출발 총성 후 볼트는 자신의 실수가 믿기지 않는 듯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유니폼 상의를 벗어 던지고 소리를 지르며 화난 표정을 지으며 괴로워했다. 하늘을 보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안내 요원의 지시에 따라 출발선 뒤쪽으로 걸어갔다. 경기장 벽을 내리치고 통로의 가림막을 주먹으로 치려다 억지로 참는 등 울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볼트가 부정 출발을 한 것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 보니 마음이 급해 스타트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다 마음이 앞서 부정 출발로 이어졌다는 것.

충격을 받은 것은 볼트뿐만이 아니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를 보기 위해 대구스타디움을 찾은 3만2천여 명의 만원 관중은 볼트의 부정 출발을 보자마자 너나 할 것 없이 실망과 아쉬움의 탄식을 쏟아냈다. 남자 100m 결선 출발 순간, 방송과 안내 자막에 따라 관중은 모두 숨을 죽였고, 마지막 경기라 대구스타디움에 고요하다 못해 적막감까지 흐른 터여서 탄식 소리는 경기장 안에 쩌렁쩌렁 울렸다. 공식 실격 발표가 나오자 관중석에는 다시 한 번 큰 탄식 소리가 가득했다.

이날 부정 실격으로 볼트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이은 메이저 대회 100m'200m'400m 계주 '3관왕' '3연패'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이번 대회에서 남은 남자 200m와 400m 계주에 출전할지, 또 기량을 제대로 발휘할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볼트는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 존)을 피해 경기장을 빠져나간 뒤 대구스타디움 보조경기장에서 트랙을 마구 달렸다. 볼트는 "지금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 않다.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만 했다. 200m 경기에 대해선 "경기가 금요일이냐. 그럼 금요일에 보자"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부정 출발 규정=볼트의 발목을 잡은 부정 출발 규정은 지난해 1월부터 적용된 규정으로, 부정 출발한 선수는 곧바로 실격 처리된다. 이전엔 누가 부정 출발하든 한 차례 부정 출발은 용인한 뒤 두 번째 부정 출발한 선수를 실격시켰다. 부정 출발의 종류는 두 가지로 스타트 반응 시간이 0.1초 이하로 나왔을 때와 출발 총성이 울리기 전 조금이라도 움직였을 경우다. 2007년 오사카 대회와 2008년 올림픽 여자 400m 금메달리스트였던 크리스틴 오후루구(영국)와 한국의 김국영 등 8명이 이번 대회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 처리됐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