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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동에서] 정치, 스포츠로부터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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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대구에 산다는 것이 자랑스러운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대회 중 하나인 세계육상선수권 대회가 펼쳐지고 있는 대구를 보노라면 저절로 어깨가 으쓱해진다. 땀과 열정으로 달구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참가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열광하게 된다. 또한 매일 TV를 통해 소개되는 대구의 아름다운 거리 풍경을 볼 때면 내가 그동안 대구에서 살았던 것이 맞는지 새삼스러워지기도 한다. 대구가 생긴 이래 이렇게 많은 소개와 조명을 받았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앞으로 대구가 더도 덜도 말고 요즘만 같았으면 좋겠다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그동안 대구에서 산다는 것은 '육지 속의 섬'에서 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GRDP 13년간 전국 꼴찌'로 대표되는 대구 경제의 침체를 굳이 논하지 않더라도 국책사업 하나 제대로 할당받지 못해 수도권에서 계속 밀려나고 있으며 250만 인구를 먹여살릴 엔진 하나 제대로 갖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올 들어서는 신공항'과학벨트 유치 노력이 무산되는 등 집권 여당의 텃밭으로 은근히 기대어 왔던 정치적인 희망에서도 무력감을 절실히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되는 게 없었다.

그래서인지 육상대회를 보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자랑스러움을 만끽하기도 전에 마음 한편에는 벌써부터 '잔치가 끝난 뒤의 허전함'이 자리하고 있다. 세계육상대회라는 잔치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대구는 또다시 무기력하고 침울한 도시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랜만에 대구에 불어온 이 활력을 놓쳐서는 안 된다. 특히 지역 정치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내년의 총선과 대선을 통해 또 한번의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남권 신공항이 무산된 후 지역에서는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인들을 키우고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에서 살면서 지역의 이익을 외면하는 '무늬만 TK'인 정치인사로는 지역의 발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논리다. 때마침 불어온 한나라당의 '물갈이론'과 맞물려 한나라당 텃밭인 지역 정치권에 쇄신과 변화의 바람이 어느 때보다 거세지며 '한나라당 심판론'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벌써 정치 신인들이 앞다퉈 출마를 저울질하기 시작했고 비한나라당 인사들의 도전도 줄을 잇고 있다. 여기에 전직 국회의원 출신인사들로 구성된 '향토예비군'(?)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현직 단체장이나 공무원들도 대거 가세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총선 당시 단 3명의 출마 후보를 냈던 민주당도 벌써 20명 이상의 인사들이 출마를 준비중이다. 현역의원들에 대한 지역 민심이 밑바닥에 머물러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이상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어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선거구마다 '묻지마'식 출마예상자들로 넘쳐나고 유'불리에 따라 하루아침에 출마지역을 옮기는 '눈치작전'도 치열하다. '지역사회에 봉사한다'는 명분이 무색해질 정도다.

흔히 선거를 스포츠에 비교하곤 한다. 일단은 이겨야 하고 운동경기처럼 관중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대중으로부터 박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이는 모습 외에 이면에서의 부단한 노력이 숨어 있다는 점도 일맥상통한다. 선거도 스포츠처럼 사전준비가 중요한 이유다. 그 중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이 마음의 준비다. 적어도 '왜 출마하려는가' '이 지역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내가 과연 지역을 대표할 자질과 실력을 갖췄는가'하는 마음의 준비 말이다.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이 당연히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다. 그래야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달구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처럼 내년 총선에서도 준비된 후보자들끼리의 멋진 승부를 기대해 본다.

최창희(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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