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학년도 대입 수능시험이 70여 일 남았다. 입학사정관전형을 시작으로 이미 수시모집에 시동이 걸렸고, 24일부터 수능시험 응시원서도 접수에 들어갔다. 수험생들의 선호도에 따라 국내 대학의 서열이 자연스럽게 매겨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바야흐로 세계는 넓고 진로는 다양하다. 대다수 고교생들이 국내 대학 진학을 당연시 여기지만, 치열한 '대입 전장'에서 벗어나 해외 대학으로 눈길을 돌린 이들이 있다. 지역 고교 졸업 후 해외 대학 진학을 택한 김철환(19) 군과 이수인(20'여) 씨는 실패를 딛고 홀로 준비한 끝에 해외 대학 진학이라는 결실을 거뒀다.
◆일본 공과대 국비 유학 합격, 김철환(대건고 졸) 군
"새로운 도전에 마음이 설레요." 김철환(19) 군은 23일 '한일 공동 이공계 학부 유학생 선발'파견' 필기시험에서 합격통보를 받았다. 고3이던 지난해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끝에 얻은 성과라 더욱 기쁨이 크다. 김 군의 진학 희망 대학은 전통 명문대인 교토대. 그는 이곳에 진학, 평소 관심이 많던 전자공학을 전공할 생각이다.
이 프로그램은 1998년 한일 양국 정상이 합의한 '21세기를 위한 새로운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후속조치 사업으로 시작된 것. 프로그램 참가 학생들은 시험 성적순으로 지망 대학에 입학한다. 2011년 2월까지 1천226명이 선발돼 도쿄대, 교토대, 오사카대 등 일본 39개 국립대학에 들어갔다.
김 군이 이 프로그램에 도전키로 마음먹은 것은 고2 때. 당시 내신성적은 전교 4% 이내, 수능 모의고사 성적은 백분위 97% 정도였다. 국내 상위권 대학 진학을 노려볼 만했으나 그는 다른 길을 택했다.
"국내에선 좋은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힘든 게 현실이잖아요. 새로운 문화를 체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본어도 익힐 수 있으니 매력적이죠. 졸업 후 현지에서 취직했을 때 환경이나 보수도 상당히 좋다고 들었습니다." 학부 과정 4년 동안 학비, 생활비가 무료라는 것도 김 군의 마음에 든 부분이었다.
하지만 합격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한 번 준비 소홀로 실패한 후, 국내 대학 진학도 접은 채 재도전키로 한 터라 독하게 공부에 매달렸다. 올해 3월부터는 서울로 상경, 고시원에 머물며 전문학원에서 시험 준비에 들어갔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강의를 듣고 학원에 남아 이튿날 오전 2시까지 자습하는 생활을 시험 직전까지 이어갔다.
하지만 열매는 달았다. 지난달 30일 필기시험을 치른 뒤 이달 23일 발표된 합격자 150명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 김 군의 모교인 대건고 관계자는 "9월 면접으로 최종 합격자 100명을 골라내지만 시험 성적이 10위이면 떨어질 일이 없죠. 이 정도 성적이면 교토대에 갈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필기시험 과목은 영어, 수학 Ⅰ'Ⅱ와 미적분, 화학Ⅰ'Ⅱ와 물리Ⅰ'Ⅱ. 일본문부과학성에서 우리 고교 교육과정 내용과 수준에 준해 출제하고 문제 유형은 객관식 5지 선다형과 주관식 단답형이다. 김 군은 이 시험을 준비할 때 수능시험과 출제 유형에 차이가 있어 별도로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어만 해도 문법과 숙어 비중이 높은 등 우리의 과거 학력고사 문제 유형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겁니다. 첫 도전이던 고3 때 다른 친구들의 수능 준비 분위기에 휩쓸려 맞춤형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 실패 원인이었어요. 이번 도전에선 이 시험 유형에 맞춰 교과서를 꼼꼼히 보고 암기하는 등 신경을 쏟았죠."
김 군은 내년 3월부터 6개월간은 국내, 그 후 6개월은 일본 현지에서 일본어 연수를 받은 뒤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물론 연수 기간에 드는 비용도 무료다. "대학 전공 공부를 일본어로 할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게 다소 부담이 되지만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노력한 만큼 보답이 돌아온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미국 대학 진학한 이수인(포항제철고 졸) 씨
"실패를 두려워했다면 이룰 수 없는 목표였겠죠." 이수인(20) 씨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 위치한 디킨슨 대학교 (Dickinson College)에서 경제학을 전공 중이다. 이곳에서 수인 씨는 대학원을 거쳐 국내나 해외 경제연구소에서 경력을 쌓은 뒤, 국제기구에서 개발도상국 등 약소국 경제 문제 해결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겠다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당초 수인 씨는 외국어고 진학 후 국내 상위권 대학을 거쳐 외무고시를 치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중3 시절 외고 입시에서 실패한 뒤 방향을 바꿨다. "대학에서부터 여러 나라 학생들과 교류하며 실력을 겨뤄보는 게 훗날 제게 더 큰 도움이 되리란 생각이 들었죠. 다른 환경 속에서 살며 낯선 문화를 몸으로 느껴보고 싶기도 했고요."
미국 대학 생활을 위해선 영어 실력이 필수. 수인 씨는 고교 시절 영어 잡지 뉴스위크(Newsweek)지를 정기구독하며 매일 2~4개의 기사를 읽고 분석하는 등 영어 공부에 매달린 끝에 토플 110점 내외의 실력을 갖추게 됐다. 미국 대학들은 학업 성적 외에 고교 시절 활동 내용도 중시하기 때문에 수시로 영어 에세이를 써보며 동아리 활동 등 그동안 해온 경험을 차곡차곡 적어나갔다.
홀로 유학 정보를 모으기는 쉽잖았다. 미국 대학은 숫자가 많고 수업 수준, 학비, 생활 여건 등 특징도 다양해 따져야 할 것이 많았으나 정작 필요한 정보는 찾기 힘들었던 것. "인터넷 유학 사이트와 유학 정보 안내 책자 등이 많았지만 여기서 얻은 정보는 다시 여러 곳에서 비교, 확인해야 했어요.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지, 내 방법이 맞는지 의문이 들 때도 많았죠."
그가 진학하기로 마음을 굳힌 곳은 '리버럴 아츠 칼리지'(Liberal Arts College)인 디킨슨 대학교. 리버럴 아츠 칼리지는 하버드, 예일대 등 종합대학과 달리 대학원 중심이 아닌 학부 중심 대학으로 인문학을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소규모지만 그만큼 수업은 밀도 있게 진행되고 학부생 교육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저 역시 처음엔 유명한 종합대학 진학을 생각했죠. 하지만 정보를 찾다 보니 그곳에선 대학원과 연구 위주 분위기 때문에 학부생들은 관심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더구나 리버럴 아츠 칼리지는 소규모여서 교수들이 학생에게 관심을 많이 가져주고 학생끼리도 빨리 친해질 수 있다는 점에 끌렸어요."
수인 씨처럼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경우 미국 대학 진학 시 비용 문제도 큰 부담이다. 학비, 숙식비 등을 포함하면 수인 씨에게 필요한 돈은 연간 5만6천달러(우리 돈 6천여만원) 정도. "4년간 재정지원을 약속받고 입학한 덕에 부담스럽지 않아요. 연간 5만2천여달러를 지원해주는데다 생활비도 일부 받으니까요."
그는 국내에서 고교를 마친 뒤 해외 대학 진학을 꿈꾸는 이들에게 가급적 빨리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교 1학년 때부터 교내외 활동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관리해둬야 해요. 또 학교를 고를 때는 학교 크기, 전공 프로그램, 주변 환경의 안전성 등 꼼꼼히 따져 보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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